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올해 기상이변의 특징은 예년에 비해 강수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농번기가 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물 부족현상으로 걱정이 늘어가고 있다.

국내최대저수량을 자랑하던 소양강댐도 바닥을 보인지 오래다. 방류량도 이제 4~5미터에 불과하단다. 올해는 장마도 늦어질 전망이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비가 안 오면 당국이 나서야 한다. 그리고 관정을 뚫어 물을 퍼 올려야 한다. 양수기를 동원해야 하고, 국민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농사지을 물만 부족할리 만무하다. 당장 마시고 쓸 식수에 공업용수도 모자라게 된다. 누가 봐도 부족한 물을 공급하는 방법은 뻔하다. 전 국민이 한 덩어리가 되어 용수조달에 매진해야 한다.

그런 당국이 동네 가게에서 판매하는 생수를 몇 병씩 사서 물 부족에 허덕이는 주민들에게 건네주는 식의 임시방편으로 가뭄대책을 대신한다면 될 턱이 없다.

요즘 국정의 모양새가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정부를 비롯해서 여야국회가 그렇다. 어쩌면 가뭄대책에 생수공급으로 때우려는 행태도 못되는 것 같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당장 우리경제를 떠받들어 왔던 수출이 5년9개월 만에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5월 중 수출이 1년 전 같은 달보다 10.9%가 줄어들었다.

당국이 내놓은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23억9200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51억8500만 달러가 감소했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악의 수출쇼크로 세계 산업구조 재편과 엔화 약세 장기화 등이 겹쳐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민생경제가 얼어붙었다는 진단이 오래전에 나돌았지만 당국은 말로만 대책운운 했을 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수출이 꾸준히 우리경제를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수출이 여러 달 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조속한 시일 내에 회복세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전망이다. 경제성장률도 2%대로 주저앉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마디로 우리경제의 활성화는 강 건너갔다는 어두운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음이 확연하다는 것이다.

물이 필요하면 지하수 개발을 위해 땅을 깊이 파야한다. 그리고 파이프를 묻고 양수기를 작동해서 끌어올려야 한다. 똑같은 방법으로 경제를 돌아가도록 기초를 닦아야 한다.

경제유통을 가로 막고 있는 인위적인 걸림돌을 걷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 위에 씨(투자유치)을 뿌려야 한다. 이런 일을 하도록 정부가 나서서 권장하고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해야 한다.

아무리 작금의 상황이 특정국가 혹은 특정지역의 문제로 경제흐름이 정체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향이라고 해도, 우리는 우리대로 할 일을 해야 한다.

바로 그 일마저 포기하거나 방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가 아니, 우리 국회가 이런 일을 등한시했는지를 따져볼 일이다. 국회가 열릴 때면 이번 회기에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법안이 통과되어야한다고 매스컴을 통해 익히 알려지곤 한다.

그런데도 국회가 끝나면 늘 여야합의가 틀어져 법안통과가 되지 않았다는 소식만 들릴 뿐이다. 그러길 한 두 번이 아니다. 상습적이다. 늘 싸우는 소리만 들릴 뿐 도대체 이 나라 정치인들은 할 일은 안하고 권력투쟁에만 혈안이 되었다는 인상이 농후하다.

경제를 부추기는 길을 만드는 일이 정치의 본령이라는 말은 지나가는 개도 익히 아는 말이다. 그것도 모른 체 하고 때마다 파벌싸움에 골몰하는 정객들이 또는 당이 무슨 민주정당인가. 우리경제가 이 지경이 되어가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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