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제안서 접수 마감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가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 인수전에 참여할지 여부를 놓고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회의적이었던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최근 ‘인수참여 검토’로 입장을 선회하고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역시 KB금융의 참여를 반기는 것으로 보여 ‘KB-우리금융 합병’을 통해 ‘메가뱅크’(초대형은행)의 등장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두 금융지주사의 합병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과거 ‘국민-주택은행 합병’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회의론도 대두되고 있어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 민영화를 놓고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행보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은 그간 “정부 지분은 1%도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금융 인수전에 대해 불참의사를 표명해 왔지만 최근 일부 매체를 통해 “주주이익과 합병시너지 효과가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해 입장변화를 시사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KB금융은 우리금융 인수 참여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또한 ‘독자민영화’ 추진 의지를 보였던 이팔성 회장도 “KB금융과 합병을 하든, 컨소시엄을 인수하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등 두 최고경영자(CEO)가 사뭇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안개국면이었던 우리금융 매각작업의 향방이 앞으로 어떻게 풀릴지 향방이 주목된다.

예금보험공사는 내달 27일까지 우리금융 입찰제안서를 접수하고 8월 중에 인수적격 예비후보자를 선별해 10월 중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만약 정부 시나리오대로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될 경우 자산규모 750조원, 전체지점 2천120개, 직원수 3만7천명을 보유한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금융업계 일각 “득보단 실 많을 것” 회의론도 만만치 않아

그러나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중복영업점 비율이 70%에 달해 대대적인 점포-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점, 또 KB금융이 정부제안대로 우리금융을 현금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한다고 해도 정부 지분이 20%가량 남아 있어 주주들의 주식매수권 행사에 따른 막대한 현금상환으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메가뱅크 실현은 사실상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더구나 국민은행-우리은행 노조 측이 “정부가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을 강행할 경우 금융노조 등과 연대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터라 합병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금융계는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주가하락 등 대내외적 시장상황이 어려운데도 정부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 매각을 강행하는데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며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에 대해 회의론적인 시각이 크다.

전문가들은 ▲우리금융과 KB금융의 비즈니스 모델이 큰 차이가 없고 ▲약 800조원의 자산을 가진 초대형 은행이 출현하면 독과점 논란이 예상되며 ▲유럽 재정위기 및 부동산 경기 하강에 따른 금융회사 건전성 우려가 커져 굳이 지금 두 은행의 합병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특히 1999년 한일과 상업은행이 합쳐 탄생한 우리은행, 2001년 주택과 국민은행이 합병한 KB국민은행 모두 당시에는 세계적 은행과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합병 이후 10여 년 동안 국내 금융현실에 안주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 전문가는 “두 은행 모두 소매금융에만 주력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날 여지가 적다”며 “합병 후 그 많은 자산을 관리할 역량과 시스템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클럽(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명)에 가입한 한국에서 세계 유수 은행과 겨룰 만한 ‘메가뱅크’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덩치만 키운다고 경쟁력이 저절로 향상되는 건 아니다”라며 “금융회사 부실이 세계 경제의 공통 문제로 떠오른 지금은 합병 시기로도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금융의 바람직한 민영화 방식으로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 계열사들을 쪼개 파는 분리매각(3명), 차기 정권 혹은 부동산 경기 회복 후 다시 논의(3명)하는 방식을 제언했다.

특히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3대 원칙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는 서로 맞부딪칠 소지가 크고 ‘금융산업 발전’은 다소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창선 연구위원은 “이미 민영화가 13년이나 늦어진 만큼 제대로 된 원칙을 세워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전문가는 “시너지 효과만 보면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의 결합이 KB금융과 우리금융의 결합보다 더 낫다”며 “지난해 산은금융의 인수 시도가 무산된 데에는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에 대한 반감도 일정부분 작용했던 만큼 다음 정권에서 이 구도가 재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