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올해 보험사들의 연도상이 마무리됐다. 연도상은 매해 최고 매출을 거둔 보험설계사에게 대상을 수여하고 대상 외에도 뛰어난 매출을 올린 설계사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설계사들의 축제다.

최고 매출을 올린 소위 ‘보험왕’들의 경우 한해 매출이 최고 200억원에 달한다. 관리하는 계약도 수천 건에 달하며 계약자 수는 이보다 많다. 움직이는 중소기업이라는 별칭이 붙는 이유다.

보험사도 연도상의 대상이 모든 보험설계사가 꿈꾸는 영예의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수십에서 수백억의 매출을 일으켜 회사에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보험왕에 대한 보험사간 영입 경쟁도 치열하다. 계약당 수수료를 올려주거나 더 높은 직위를 보장하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을 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몇몇 보험사가 전략적으로 보험왕을 키워 연도상 시상식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왕이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인 만큼 보험왕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연도상 대상 시상자를 보면 늘 같은 설계사가 대상을 받는다”며 “보험왕들이 올리는 매출은 개인고객만 상대해서는 일으킬 수 없어 기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특정 설계사에게 보험사가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개최되는 연도상에 참여하는 설계사들에게 보험사가 최고의 대우를 제공하면서 과도한 실적 부추기기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가 연도상을 개최하는데 드는 비용은 상금, 대관비, 해외여행 및 체류비 등으로 평균 3억원 가량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개최하면 여기서 2~3배의 비용이 추가된다.

GA(대형가맹점) 출신 보험사 관계자는 “원수보험사나 GA 모두 연도상 시상자들을 해외여행에 보내주는데 이는 여행사가 운영하는 패키지의 최고 수준”이라며 “자기 돈을 들여서 가는 여행보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다시 연도상을 타고 싶게끔 만든다”고 털어놨다.

결국 과도한 실적 경쟁은 결국 설계사채널의 계약유지율이나 불완전판매율에서도 드러난다.

설계사 채널과 관련된 지표들은 텔레마케팅을 제외한 타 채널에 비해 대부분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실적 압박으로 인해 리베이트 등 불법 계약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나친 1등주의에서 나온 부산물이다.

문제는 실적 경쟁으로 보험사의 매출은 올라갈 수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보험가입이 설계사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가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연도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고객의 마음을 생각한다는 보험사에서 1등 설계사만을 위한 잔치가 정말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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