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손실 432억…34분기만에 분기 실적 적자 전환
정성립 사장 취임 전 부실 털어내기?…회사 “내정 전 집계”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내정자. <사진=대우조선해양>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내정자. <사진=대우조선해양>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배경에 빅 배스(Big Bath)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고재호 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임기가 이달 말로 끝나고 정성립 전 STX조선해양 사장이 새로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할 예정이라 회사 측이 고의적으로 부실을 1분기에 털어낸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빅 배스란 ‘목욕을 철저히 해 몸에 더러운 것을 없앤다’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누적손실이나 잠재손실 등을 한 회계연도에 몰아 한꺼번에 처리하는 회계 기법이다.

기업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할 때 누적된 손실이나 잠재적 부실요소까지 전임자에게 넘김으로써 신임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향후 실적 반등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4조4천860억원, 영업손실 432억원, 당기순손실 17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6% 증가했지만 영업손익과 당기순손익은 적자 전환했다. 대우조선해양이 분기 실적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6년 3분기 이후 34분기만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개별 기준으로도 올해 1분기 80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역시 지난 2006년 3분기 이후 8년 6개월만의 적자다. 개별기준 1분기 당기순손실은 1천529억원, 매출액은 4조423억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세무조사 추징금 300억원과 통상임금 관련 급여체제 개편 소급분 400억원, 해양 드릴십 대손 충당금 적립 1천억원 등 1회성 비용으로 실적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빅 배스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29일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는 정성립 사장 내정자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기업들에서 빅 배스가 단행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1조9천346억원, 당기순손실 1조4천606억원을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영업손실 223억원, 당기순손실 379억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

또 태영건설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604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간 기준 첫 당기순손실이었다.

현대중공업은 권오갑 사장이 지난해 10월 취임했으며 태영건설의 경우 이재규 사장 지난해 11월 재영입 돼 당시 업계에서는 이를 빅 배스로 인식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 2013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2천50억원) 대비 38.6% 감소한 1천258억원이라고 밝히며 “당시 보수적 회계처리와 특별상여금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치훈 현 삼성물산 대표이사가 기존 삼성카드 사장에서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확정된 뒤 나온 실적이었다.

올해 초에는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빅 배스 우려로 하락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지난 2월 10일 사장 교체설에 따른 빅 베스 우려로 전일(2만350원) 대비 6.63% 내려간 1만9천원에 마감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1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며 “1분기 실적은 정 사장이 오기(내정) 전에 집계가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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