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이러다간 봄은커녕 삭풍 몰아치는 겨울이 다쳐올 판국이다. 2015년 4월 중순의 대한민국 형국이 이지경이다. 도무지 영일이라고는 없는 이 나라의 팔자를 탓해야할 처지에 이르렀다.

지난해 나라전체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던 세월호 침몰 1주기를 앞두고 매가톤급 뇌물수수사건이 터진 것이다. 사업도하고 정치도 하던 인사가 목숨을 끊으면서 돌연 나라전체에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그것도 살아있는 정권의 최고 핵심부 인사들이 연루되었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여야는 워낙 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채  허덕이는 민생경제를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뭐가 해봐야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려던 참이었다. 뭐 뾰족한 묘수가 있어서 민생경제회복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내놓은 것도 아니다. 그래도 민초들은 이제야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했다.

기대가 크지는 않았어도 뭔가 기다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위정자들이 그동안 이래저래 돈을 받아먹었다는 '죽은 자의 고백'을 듣기에 이르렀다. 민생경제회복 우선은 도루아미타불이 되었다. 모든 매스컴은 뇌물향방을 따라 다니기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해서 이러저러한 이슈가 없을 리 없다. 정치가 있는 곳에 잡음이 뒤따르기 마련이란다. 그런 과정에서 국리민복을 위한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해 내기도 한다. 그것이 선진국의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오직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빈약한 명분에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종 주먹만 내두르기 십상이다. 이번 경우도 결론은 크게 빗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민초들은 이미 안다.

여당이 잘못하면 야당이 꾸짖고, 대안을 제시해서 나라를 바르게 이끌어 나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국정운영의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게 아니다. 정부가 작은 틈을 보이기 무섭게 온갖 욕설을 동원해서 침소붕대하고 '모두 나가라!'고 호통을 친다. 당장 정권을 비우라는 것이다.

무슨 좋은 대안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지적을 받은 당국이나 여당도 대응하는 방법이 단선적이다. 온갖 구실을 동원해서 시간 끌기가 다반사다. 일주일쯤 지나면 여론의 기세도 한풀 꺾인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 제일 잘하는 정책이고 사건해결이라고 믿는 위정자들이 이 나라에는 아직도 많고 많기 때문이다.

봄날 뜻밖의 삭풍이 한창이다. 봄나들이는커녕 불어 닥칠 눈보라를 견뎌야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 난국을 앞장서서 뚫고 나갈 사람은 누구일까. 딱 한사람, 대통밖엔 없다. 그것이 대통령체제에서의 오직 한 길인 셈이다.

이미 우리에겐 대화를 하고, 타협을 해서 길을 뚫는 정치가 있어 본적이 없다. 그러니 이번에도 특단의 방법은 딱 하나다.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할 뿐이다.

캄캄한 밤중에 한줄기 빛이라고 할까. 자본시장이 모처럼 북적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2100을 뚫었다는 소식이다. 장장 44개월 만에 돌파한 것이다. 그동안 지루한 답보상태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만큼 민생경제가 바닥에서 헤맸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당장 우리경제가 상승세를 탄다는 의미는 아니란다. 다만 자본시장의 움직임은 고스란히 시장경제체제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해짐에 따라 기업의 실적호전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반면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이 최대변수로 꼽힌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진 상황인 까닭에 향후 전망은 그렇게 밝을 수 없다는 우려의 소리도 적잖다. 바라기는 이 난국을 조기에 접고 다시금 '민생우선정책'에 머리를 맞대야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