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관보다 우선…“자문 거쳐 내부기준에 따라 거부했다”

 
 

[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동부화재가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상품 약관보다 내부기준에 우선해 지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보험가입자의 질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주치의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의학업계가 정한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부규정으로 정해 환자 개별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소비자연맹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부화재는 ‘무배당컨버전스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허혈성심질환에 대해 진단을 받으면 보험가입금액을 지급한다고 보험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동부화재는 보험약관보다는 내부규정을 우선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의학업계 가이드라인에 따라 내부지급 기준을 50% 이상 협착이 진행될 경우에만 허혈성심질환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문모씨는 2006년 6월에 동부화재의 실손보험에 가입한 뒤 지난해 12월 서울 유명 대학병원에서 허혈성심질환 검사를 받아 올해 1월 최종 진단을 받고 동부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문씨는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자 지난 2월 보험금 지급을 촉구하는 민원을 금융감독원에 제기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이보다 10일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금감원은 민원 접수를 받지 않았다.

이에 금융소비자단체는 허혈성심질환에 대해 대학병원의 진단을 받은 만큼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사가 주장하는 협착치 50% 이상이 돼야 한다는 조항은 약관 어디에도 발견할 수 없다”며 “약관과 관계없이 ‘의사협회 기준’에 따른 내부기준을 내세워 소송까지 진행하는 것은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동부화재는 내부기준에 의해 심혈관 협착이 50% 이상이 돼야 지급이 가능하며 30% 이하일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거부 사유를 내세웠다.

의학업계에서도 보험가입자의 질병을 누구보다 잘 아는 주치의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한 구실로 의학업계의 가이드라인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학업계 관계자는 “허혈성심질환은 심장을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서 오는 질환으로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이 포함된다”며 “이에 대한 의학적 판단은 환자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주치의의 의견이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은 생명이 오고가는 질병임에도 보험사에서 의학업계의 가이드라인으로 50%라는 판단 기준을 매겨 보험금 지급 판단을 내리는 것은 보험을 가입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잘못된 행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거부는 의료 자문을 거쳐 내부기준에 따라 결정된 사항이고 현재 소송 건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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