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경제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즈음에 '40년 장기불황론'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를 두고 일컫는 말이다. 한마디로 모골이 송연해 진다.

일찍이 일본의 경제침체를 두고 '20년 불황'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 사이에 우리경제는 그런대로 굴러왔다. 물론 그것이 일본의 침체에 힘입어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의 내로라하던 기업들이 성장세를 멈추고 우리나라기업에 선두자리를 내준 사례가 없진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이따금 어께를 으쓱거린 일은 있었다.

최근 들어서면서 일본의 경제가 서서히 회복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일본처럼 경제운영에 노하우를 쌓은 나라도 드문 것으로 알았던 터라 장기침체에서 헤매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금 질곡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맞이했다니 다행이다.

문제는 선진국 일본이 겪었던 침체의 늪이 현해탄을 건너 우리나라로 건너 올 것이라는 우울한 소식이다. 그것도 그들이 겪었던 20년이 아니라 그 배인 40년이라는 것이다. 소름이 끼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40년 장기침체설은 경제, 특히 민생경제를 반드시 따뜻하게 만들어 놓고야 말겠다고 장담을 하고 나선 중진의원의 입에서 나온 '우려'섞인 전망이다. 그는 이미 우리나라는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단다. 우리나라 경제는 뭐 하나 잘될 것이 없다는 진단이다. 야당식 공식에서 비롯된 진단이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그동안 일본의 침체를 바로 곁에서 보면서 차츰 빠져들었다. 적어도 우리는 일본을 닮아서는 안 된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행동은 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규명하지 않았다. 제제다사의 경제전문가들이 일본의 장기침체를 입으로만 운위했지만 그 까닭과 대책에 대한 연구는 게을리 한 것이 아닌가. 보고 즐길 사안이 아닌 이상 구체적인 연구와 우리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했다.

불똥이 발등에 떨어진 작금에 이르러서야 협박하듯 장기침체설을 흘리는 저의가 무엇인가. 그것도 권력투쟁에 밤낮을 가리지 않던 정치권에서 경제걱정을 하고 나선 것이 이채롭다. 이제라도 경제걱정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문제가 있으면 해답이 있기 마련이다. 길이 없으면 만들면서 나가야 한다. 지금이 그런 형국이다. 언제까지 불황 탓만 하고 있을 게재가 아니다. 마침 정치권의 화두도 경제 활성화에 맞춰져있다. 여야가 다르지  않다.

잘나간다던 대기업들도 번 돈으로는 부채이자도 갚을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이다. 청년실업은 나날이 폭을 넓혀가고 있다. 나라와 가계부채는 날마다 늘어나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40년 불황'이 남의 말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생이 배를 움켜쥐고 있는 데 정치는 무슨 정치인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는 데 정권은 무슨 정권인가.

'보수든 진보든 경제만 잘되면 그만이다.' 이런 말이 당장 나올 판국이 된 것이다. 일찍이 가난의 뿌리에서 공산주의가 나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안다. 또 무슨 변란이 생길지 짐작하기 어렵다.

아주 간단하다. 이 경제난국을 헤쳐 나가는 방법 말이다. '올인'하는 것이다. 국민과 당국이 한마음으로 나가는 것이다. 모두가 경제주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특히 정치인의 한마음 한 뜻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와 야가 하나로 돼야 한다.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이미 한발을 백척간두에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민생을 살리는 정치에 손을 잡으라는 말이다. 막힌 경제라는 벽을 뚫고 나가는 데에 무슨 정략이 필요한가. 서둘러 힘을 모아 벽을 허무는 지략을 짜내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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