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정부나 금융당국에서 자동차 보험료를 꽉 쥐고 있으니 적자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싸게 팔 보험사는 싸게 팔고, 비싸더라도 보장 내용이나 특약을 늘려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면 소비자의 선택권도 늘어나고 적정한 보험료 산정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도 강화될 텐데 지금은 정부 눈치보고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대형사가 자동차보험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의 푸념이다.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대형사와 소형사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상승하고 있지만 나머지 중소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내림세다.

이는 지난해 치솟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견디지 못한 중소형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면서 비롯됐다.

지난해 중소형 손보사들은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 2~3%, 영업용과 업무용 자동차 보험료를 각각 2~7%, 2~3% 인상했다. 반면 대형사들은 가격을 동결했다.

자동차보험이 소비자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대형사의 손해율도 손익분기점으로 판단되는 적정 손해율에서 5~10% 정도 높다. 이들은 장기보험의 운용수익으로 자동차보험의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자동차보험에서 나는 적자를 다른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중소형사들은 지난해 일제히 자동차보험료를 올렸지만 올해까지 중소형사들의 손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보험료만 올렸을 뿐 손해율 관리에는 미흡해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상승한 보험료가 손해율에 희석되기에는 이르지만 손해율 개선 여부는 지난해 대부분의 중소형사들의 보험료 상승분에 대한 책임개시일 시점인 다음달부터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과연 단순히 거둬들이는 보험료를 늘리면 손해율이 개선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금융당국도 지난해 자동차보험료 개선을 위해 오는 2018년부터 사고 발생 건수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건수제’ 도입을 들고 나섰다.

당국은 보험사의 보험료 수입이 점수제보다 총 2천965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각종 시민단체에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사 배만 불리는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가입심사 기준 약화, 과잉 진료·과다 정비에서 오는 보험금 누수, 보험사 보상 시스템의 잘못된 관행 등 다양한 이유에서 온다.

일괄적으로 보험사가 거둬들이는 수입을 늘리기보다 보험사의 보험료와 상품에 대한 감독의 고삐를 일정부분 풀어준다면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경쟁을 위해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보지 않을까.

여기에서 부당한 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적발하는 것이 적절한 금융정책의 시행과 감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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