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지방신문의 1면 탑 기사에 눈길이 갔다. '3대 악재에 신음하는 잔인한 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지독한 가뭄과 연일 이어지는 산불 그리고 한 달 이상을 끌고 있는 구제역으로 해서 3중 악재 속에서 '잔인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지난 겨울에는 눈다운 눈도 내리지 않았다. 눈 축제로 유명한 태백산 눈 축제 때 찾았던 현장에서 지역주민들의 걱정하던 말이 기억난다. 이렇게 눈이 안 내리면 평창동계 올림픽 때는 어떻게 치룰 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미리 염려한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평창에서 머지않은 고장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따듯하다는 생각을 품었었다.

전국이 가뭄으로 해서 봄철 농번기를 앞두고 시름하고 있다. 특히 중북부지역의 가뭄이 도를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강원도 산간지역의 가뭄은 식수구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란다. 강원도 인제군 남면사무소에서는 최근 행정차량에 2톤가량의 식수를 싣고 마을을 순회하는 것이 요즘 가장 중요한 일과라고 전하고 있을 정도다.

가뭄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소양강댐은 비상용수 확보대책에 돌입했다고 한다. 지난달 하순의 소양강댐 기준저수량이 157.4m로 용수공급 하한선인 저수위까지 7.4m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난 1973년 댐 준공이후 역대 4번째로 낮은 수준인 것이다. 횡성 댐도 비슷한 실정이다. 그러나 비가 온다는 소식은 감감하다.

기승을 부리는 산불도 하루가 멀다 하고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가문 탓에 산불빈도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 강원도만 해도 올 들어 34건에 산림 82.17ha를 태웠다고 한다. 축구장 109개가량의 면적이 잿더미가 된 것이다. 가뭄해소가 산불방지의 첫 번째 조건이라는 점에서 기우제까지 지내는 긴급처방(?)을 동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구제역 창궐도 이 지역의 골칫거리다. 지난 달 하순 처음 발생한 구제역으로 해서 벌써 돼지 1만3천 마리가 살 처분돼 땅에 묻혔다. 원인과 전염경로를 알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대책마련이 없어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황이다.

'3중 악재'에 시달리는 지방의 실정을 전하는 기사를 보면서 자연스레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상황이 겹쳐 떠올랐다. 나라형편이 좀처럼 펴직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도 뾰족한 수를 못 찾고 있는 게 확연하다. 돈을 풀어 목마른 서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듯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란 게 벌써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그 물마저도 받아 마시지 못하는 더 많은 서민들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시혜가 아쉽기만 하다는 불평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는 근본적인 경제 활성화 방안이 긴요하지만 별 수가 없다는  데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

경제뿐이 아니다. 길을 잃은 젊은이들 문제는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크게는 경제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지만, 이들을 위한 특별한 처방이 있어야 한다는 진단도 내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밖에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런 사안들을 한꺼번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있다. 우리사회특유의 민감성이 두드러진 분야이기도한 정치라는 계절풍이 그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4. 29재 ․ 보궐선거가 닥아 오면서 모든 사회경제적 문제가 정치에 매몰되고 있는 것이다. 첨예한 권력쟁투 와중에 문득 경제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팽개쳐지기도 한다. 말로는 '경제우선'을 앞세우지만 눈에 띄는 방안이 없다. 단지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것을 유권자들은 잘 안다.

지독한 가뭄으로 해서 오죽하면 돼지머리를 향해 멀쩡한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이른바 기우제를 올려 하늘의 뜻을 달래보자는 것이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문제도 이들처럼 하늘에 두 손 모아 간절히 비는 '기민제' 라도 올려야 하는 게 아닐까. 정치꾼들의 구두선으로는 타는 서민의 목을 축일 수 없는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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