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최근 오릭스가 현대증권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시한을 연장하면서 ‘파킹 딜(Parking deal)’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킹 딜은 기업이 우호세력에 지분을 매각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 다시 되사는 거래 방식을 의미한다.

오릭스가 현대그룹에게 콜옵션을 보장했을 뿐더러 TRS(Total Return Swap·총수입스왑) 계약을 유지하는 등 정황 상 현대그룹이 매각 이후에도 경영에 관여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10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오릭스는 현대증권과의 인수 협상에서 현대그룹이 5년 뒤 지분을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했다.

오릭스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더라도 추후 지분 매각 시 현대그룹이 다시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 마련 된 셈이다.

인수 이후에도 경영 대리인으로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등 기존 경영진을 내세울 예정으로 알려졌다.

오릭스는 또 매각주간사인 KDB산업은행에 오릭스의 사모펀드인 오릭스PE코리아-자베즈파트너스 컨소시엄의 현대증권 주식매매계약(SPA) 시한을 1개월 연장 신청했다.

아직 산업은행은 오릭스의 SPA 시한 연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식매매계약 체결 시한은 지난달 말까지였지만 산업은행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이달 말까지로 기한은 늘어난다.

이는 기존 인수계약 조건 중 일부분을 바꾸는 협상을 진행하기 위함이다. 오릭스는 기존에 사들이기로 한 현대증권 지분 36.7% 중 현대증권 22.4% 지분만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오릭스는 자베즈 파트너스와 함께 현대증권 지분 36.7%를 1조8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었다. 사모펀드를 둘로 나눠 현대상선 지분 22.4%를 6천600억원에 매입하고 나머지 지분을 4천400억원에 매입한다는 구상이었다.

인수구조를 변경하면서 오릭스는 자베즈파트너스가 현대그룹과 맺었던 TRS 계약을 유지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RS는 투자자가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보전해주는 계약으로 지분을 사들인 쪽과 매각한 쪽이 투자에서 생긴 수익과 손실을 함께 나누는 파생상품이다.

계약에 따라 자베즈파트너스는 현대증권의 주당 가격이 8천500원(기준가격) 이상이 되면 현대상선이 전체 수익의 80%를 가져가고 8천500원 이하면 1주당 5천원까지 현대상선이 손실을 보전한다. 투자한 가격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면 현대그룹에서 일정량을 배분받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또 오릭스가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조성한 펀드에 현대상선이 후순위 지분 투자로 2천억원을 재투자하도록 한 점을 들어 파킹 딜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인수구조 변경에도 현대상선의 후순위 지분투자 규모를 유지해 현대그룹이 매각 이후에도 회사 경영에 지속적으로 관여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현대그룹 관계자는 “윤경은 사장의 재임 확정 등 항간의 파킹 거래 관련 내용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최근 SPA 시한 연장으로 TRS 부분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지만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에서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는 사항인 만큼 꼼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오릭스의 현대증권 인수에서 파킹 거래의 근거가 되는 부분들은 대부분의 M&A 사례에서 발생하는 만큼 아직 파킹 거래라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아직 오릭스의 인수 시한 연장 요청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연장 승인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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