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사업비 과다 책정한 후 덜 지출…사업비차익 챙겨
금융당국 “사업비·손해율 확인해 보험료 감독하겠다”

 
 

[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삼성화재가 온라인 자동차보험(애니카 다이렉트)에서 예정사업비를 과다 책정해 보험료를 높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삼성화재가 예정사업비보다 12% 가량 적게 사업비를 집행한 만큼 추후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11개 손해보험사가 지출한 온라인 자동차보험 실제사업비는 총 3천7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정사업비인 3천893억원보다 116억원 적은 금액이다.

예정사업비를 가장 많이 남긴 보험사는 삼성화재였다. 삼성화재는 577억원의 예정사업비 중 510억원을 실제 집행해 68억원(11.7%)의 사업비차익을 냈다.

이는 같은 기간 온라인 자동차보험 점유율 2위인 동부화재 16억원(2.2%), 3위 악사손보 26억원(3.3%)의 사업비차익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동부화재는 예정사업비 707억원 중 실제 691억원을 집행했으며, 악사손보는 772억원 중 746억원을 사용했다. 그만큼 예정사업비를 적정하게 책정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험사가 실제 집행한 사업비보다 예정사업비가 높을 경우 사업비차익이 발생한다. 사업비차익은 예정사업비에서 지출된 실제사업비를 뺀 차액으로 위험률차익, 이자율차익과 함께 보험사의 수익구조 중 하나다.

실제 사용한 사업비보다 예정사업비가 높으면 보험사는 사업비차익을 거두지만 소비자는 그만큼 보험료를 더 낸 셈이다. 예정사업비가 부가보험료 항목으로 보험료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일반 자동차보험과 달리 보험 모집인에게 줄 판매 수수료를 없애 사업비를 아끼고 줄어든 사업비를 가입자에게 돌려줘 보험료가 싸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특징과 달리 예정사업비를 과다 책정해 사업비차익을 크게 남긴 만큼 다음해에는 그 수익을 보험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차원에서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예정사업비 중 실제사업비를 많이 쓴 것도 문제지만 예정사업비보다 너무 적게 사용한 것도 분명한 보험료 인하 요인”이라며 “금융당국도 이 부분에 대해서 분명한 보험료 인하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예정사업비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정해진 수준에서 산정했고,  특정 기간에 실제사업비가 적게 나왔다고 예정사업비가 과하게 책정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보험료의 경우 자동차보험의 손해율과 함께 안정적인 수준이 되면 줄여나갈 수 있지만 할 수 없는 수준까지 줄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는 향후 사업비 및 손해율을 다각도로 확인한 뒤 적절한 보험료에 대해 지도·감독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과도한 사업비가 측정된 부분이 있다면 일시적인지 보험사 전반적인 요인인지 따져보고 이에 따라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회사별 사업비에서도 일회성 요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보사들의 손해사정 측면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보험료 인하 요인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보험료를 내리라고 할 수 없는 일인 만큼 분석하고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금융당국은 2~3개 손보사에 자동차보험 손해율 산출식 샘플 등 적정 보험료 산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손보사들의 손해율과 사업비 산출식을 분석하는 등 자동차보험료 산정의 적정성을 점검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