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

[현대경제신문 이미향 기자] 애플, 나이키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사용하는 '무(無)공장 제조' 전략을 국내 중소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무공장 제조 전략은 제품 생산은 외부 업체에 맡기고 상품기획, 연구개발(R&D), 디자인 등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승부를 거는 전략을 말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5일 공개한 '무공장 제조기업의 부상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무공장 제조 전략은 생산을 외부에 맡긴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아웃소싱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으나, 과거 아웃소싱이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었다면 최근 확산되는 무공장 제조는 상품기획, R&D, 디자인에 집중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극단적 분업화의 시대를 대변하는 무공장 제조기업은 직접 생산은 하지 않지만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전 생산 과정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며, 전통적 제조기업보다 혁신성과 R&D가 강조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선정하는 미국 500대 기업 가운데 제조업체는 2002년 239개에서 2012년 225개로 6% 감소했으나, 무공장 제조기업은 67개에서 105개로 57% 급증했다.

무공장 제조기업이 이처럼 늘어나는 배경으로는 부품의 모듈화 및 표준화 진전, 3D 프린팅 등 첨단 제작도구의 보급, 제조 전문기업의 인프라 확대를 들 수 있다.

대기업에 비해 역량이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들도 자사의 핵심역량을 고려해 무공장 제조 전략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국제무역연구원은 지적했다.

특히 전기전자(가전), 정보기술(IT), 의류, 식품 등 기술 격차가 크지 않고 부품 모듈화가 상당 부분 진전된 분야에서, 이 같은 전략을 활용해 기존 기술과 부품을 다른 방식으로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에서 차별화가 어려운 부분은 외부에서 공급받는 모듈화 부품으로 대체하고, 몇 가지 강점이 있는 부분에 핵심역량을 쏟아붓는 무공장 제조 전략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을 국내에 확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들도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무공장 제조기업들은 주로 해외 생산시설에 대한 정보 부족과 생산관리 문제, 제조시설 미등록에 따른 지원 배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관련 정보 구축을 통한 매칭 지원과 함께 무공장 제조기업도 지적재산권을 평가해 기존 제조업체 수준으로 지원하는 탄력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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