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감안 시 사실상 삭감…복리후생 다소 늘려

 
 

[현대경제신문 구자익 기자]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임금동결의 선봉에 섰고 삼성엔지니어링 임원들은 지난달 급여를 아예 반납했다.

4일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노사협의회에서 실적악화와 경영환경을 낙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임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했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 삭감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임금 동결은 지난해 실적부진에 따른 고통을 나누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다만 복리후생을 개선해 유치원비 지원연령을 기존 6~7세에서 5~7세로 늘렸다. 휴직자에게도 전신 암 검사비용을 지원하고 장기 휴가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4분기에 47조4천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19.7% 감소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무려 60.5%나 줄었다.

삼성전자 매출 의존 비중이 높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도 영업이익이 폭락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는 1년 새 영업이익이 각각 94%와 83% 감소했고 삼성전기는 지난해 3·4분기에 69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의 부품 계열사들도 줄줄이 임금을 동결하는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노사협의회에서 올해 임금 기본인상률을 0%로 책정하고 사실상 연봉을 동결시켰다. 삼성전자로부터 분사한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기도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최근 어려워진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사가 의견을 모았다는 게 삼성전기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SDI도 다른 계열사들의 임금 동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제일모직 소재부문과의 합병 과정에서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사업 중단 등의 여파를 겪었다.

제일모직도 임금 동결 분위기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올해 임금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는 않지만 경영여건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들도 임금을 동결하는 분위기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는 오는 10일을 전후로 노사 협의를 거쳐 임금 동결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직 협의 과정이 남아있지만 기본적인 협상의 기조는 ‘동결’로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 임원 60여명은 최근 지난달 급여를 반납했다.

임원들 스스로 올해도 저유가 등으로 대내외 수주상황이 좋지 않지만 반드시 경영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 임직원들의 올해 급여도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그룹은 지난해 12월 전체 계열사 임원 2천여명의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