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송주일 기자] 국제 유가 급락에도 전기차 시장이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기업 애플이 대표적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 '질주'의 동력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insideevs.com)의 집계에 따르면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PHEV) 등 전기차의 미국 내 판매량은 지난달 5천924대로 전년 동기보다 6.74% 증가했다.

이로써 월간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11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또한, 연간 판매량은 11만9천710대로 전년보다 22.77% 증가했다.

눈에 띄는 것은 국제 유가가 40%가량 폭락한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기차 판매량이 계속 성장했다는 점이다.

특히 작년 12월에는 전기차 1만2천874대가 팔려 월간 판매량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연료비 절약이라는 전기차의 최대 강점이 유가 하락으로 약해져서 전기차 인기가 추락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이 같은 예상은 대표적 고연비 차량인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감소로 입증되는 듯 보였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작년 하이브리드차량 판매는 총 45만2천152대로 전년보다 8.8% 감소했다.

올해 1월에도 2만5천312대로 작년 1월에 비해 8.1% 감소하는 등 미국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는 유가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차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관련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기차의 주행 거리는 일반 차량에 필적할 정도로 급속히 늘어나고 차량 가격은 내려가는 추세다.

한 예로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달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순수 전기차 볼트(Bolt)는 1회 충전으로 321㎞ 이상을 운행 가능하며, 가격도 3만 달러(3천288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환경규제 강화와 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 각국 정부의 정책 지원까지 더해져 전기차 시장은 유가 추이와 무관하게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석유 등 에너지 비용 하락은 전기 생산비 하락으로 이어져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차에도 도움이 된다"며 "유가 하락으로 전기차 시장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동력은 연비 절약보다는 자동차가 기존의 '기계'에서 '정보기술(IT) 기기'로 진화하는 기술 패러다임의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며 GM 볼트 등은 이제 가격 면에서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생산비용 등에서 LG화학이 다른 업체들을 앞서고 있다며 이 종목을 국내 증시에서 전기차 관련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관련 소재 업체인 에코프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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