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단일차종으로 최대 판매...올해 10만대 예상

 
 
[현대경제신문 최정 기자]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생계형 차량을 찾는 서민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현대차의 1t 트럭 포터와 기아차의 봉고, 한국GM의 다마스·라보가 대표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포터는 8천860대가 팔려 쏘나타(6천907대)를 제치고 단일 차종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기아차의 봉고트럭도 4천982대가 팔려 판매 순위 8위에 올랐다.

    포터의 경우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 연말에는 사상 처음으로 판매 10만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승용차가 아닌 상용차가 연간 10만대를 넘긴 사례는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에는 승용과 상용차 통틀어 쏘나타가 유일하게 국내 시장에서 10만대 넘게 팔렸을 정도다.

    포터의 인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매달 8천∼8천500대 정도의 판매량을 유지하며 쏘나타, 아반떼와 같은 차종들과 순위권 다툼을 해왔다. 차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릴 정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 주문해도 차량을 인도받기까지는 2∼3개월 걸린다"며 "올해는 고객이 많이 기다리지 않도록 생산라인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포터가 '서민의 발'이 된 지는 무려 38년이나 됐다. 1977년 HD-1000이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인 뒤 1986년 포터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1994년 9만9천521대에 이어 월드컵 특수가 한창이던 2002년에도 9만5천829대가 팔리며 10만대를 넘봤다.

    세계 금융위기를 전후해서는 연간 판매량이 6만대 후반으로 감소했지만, 2011년 9만9천453대로 다시 급증한 이후 지난해까지 9만대선을 유지하고 있다.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포터의 누적 판매량은 215만2천여대에 이른다.

    2004년 2세대 포터Ⅱ가 출시된 이후 상품성 개선 이외에 크게 바뀐 것이 없는데도 포터가 꾸준히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경기불황과 연결짓는 시각이다. 경기가 나쁘면 퇴직자들이 늘어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포터는 주로 길거리에서 채소나 과일을 팔거나 푸드트럭, 이삿짐 운반, 택배 등에 이용된다. 가격이 1천500만원 안팎으로 큰 부담이 없어 포터를 사서 창업을 하는 사례가 많다.

    포터 판매 증가를 경기불황이 아닌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장사를 하면 잘 될 것 같아 포터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유럽의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 도입을 앞두고 차량 가격이 오를 것을 대비해 미리 사두려는 수요도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는 중량 3.5t 이상의 디젤 차량에 대해 유로6가 도입되며 내년 6월부터는 포터에도 이 규제가 적용된다.

    유로6가 적용되면 미세먼지(PM)는 현 규제보다 50%, 질소산화물(NOx)은 80% 이상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는 차량에 SCR(선택적 촉매 저감장치) 등을 장착할 예정이어서 차량 가격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일반 화물차를 개조해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이 합법화된 점도 소형 트럭의 판매 신장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GM의 다마스와 라보 판매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마스와 라보는 과거 월평균 1천대 정도 팔렸으나, 지난해 8월 재출시된 이후 월 1천200∼1천300대 정도 판매되고 있다.

    한국GM에 따르면 다마스와 라보의 구매 고객의 70% 이상은 퀵서비스나 꽃, 신문, 식음료, 농수산물, 원예, 전자제품, 기계 등 물류 배달 업종 종사자들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700∼90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는 차량은 다마스와 라보가 유일하다"면서 "800cc의 작은 배기량 덕에 경차 혜택도 받을 수 있고 폭이 1천400mm밖에 되지 않아 좁은 골목길이 많은 한국의 주택가에서 기동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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