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재원 기자] 중국이 성장세 둔화를 극복하기 위한 '돈 풀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전격적인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결정한 것이 유동성 완화의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고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이 5일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날 인민은행이 2012년 5월 이후 33개월 만에 지준율 인하를 결정하고 소기업과 농촌부문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 시중자금 흐름에 있어 '오랜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롄핑(連平) 교통(交通)은행 수석경제분석가는 "이번 지준율 인하로 7천억 위안(약 122조 원)의 유동성이 풀리면서 시장 금리를 내려주고 자금 경색을 풀어주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금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사회 융자 비용이 상승하는 가운데 지준율 인하는 은행의 예금에 대한 부담과 채무 비용을 줄여줘 대출 금리를 적정하게 내릴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원(黃文) 중신건투(中信建投)증권 거시분석사도 "이번 지준율 인하는 일회성으로 자금을 푸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 완화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앞으로 시장의 자금 사정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풀기 시작하면서 추가적인 지준율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천젠헝(陳建恒)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수석금리분석사는 "이번 지준율 인하로 자금상황 개선에 도움을 주겠지만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며 "중앙은행의 유동성 완화가 계속돼야 하고 연내 완화 조치가 이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롄핑 분석가도 "단기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작지만 지준율 인하는 0.5% 포인트씩 1~2차례 더 이뤄질 수 있다"며 "상반기에 단행되면 하반기에는 경기가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유동성 완화에 나서는 것은 성장세 둔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4%에 불과해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성장률이 7.0~7.2%로 한 계단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경기 선행지수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올해 1월 수치가 28개월 만에 최저인 49.8로 집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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