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3분기 영업이익·순이익 감소…엔씨 상대로 '결단' 불가피할 듯

[현대경제신문 김경미 기자] 엔씨소프트와 경영권 분쟁 중인 게임업체 넥슨이 최근 수년간 1조4천억원 이상을 게임업체 인수·투자에 쏟아붓고도 성장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넥슨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엔씨소프트에 대해 경영권 확보 또는 투자 자금 회수 등의 결단을 내릴 필요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게임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넥슨은 2011년 12월 일본 증시 상장 무렵부터 지금까지 약 3년여 동안 국내외 게임업체 총 11곳 이상에 대해 인수·투자를 단행했다.

2011년 10월 JCE엔터테인먼트(현 조이시티)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2012년 6월에는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일본 상장사인 넥슨은 국외 개발사 인수에 박차를 가해 2012년 6월에는 일본 모바일 소셜게임 개발사 '인블루', 10월에는 일본의 대형 모바일게임 개발사인 '글룹스'의 각각 지분 전량을 사들였다.

북미로도 눈을 돌려 2013년 한 해에만 '로보토키', '시크릿뉴코', '럼블 엔터테인먼트', '시버 엔터테인먼트' 등 4개 현지 개발사에 지분 투자를 했고 작년에도 '보스 키 프로덕션'에 투자했다.

이 같은 인수·투자에 넥슨이 투입한 전체 자금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공개된 인수 금액만 엔씨소프트(8천45억원), 글룹스(365억 엔, 약 5천200억원), 조이시티 (약 896억원), 럼블 엔터테인먼트(186억원·공동투자) 등 모두 1조4천300억원 이상에 이른다.

또한, 금액이 알려지지 않은 거래가 7건에 이르러 인수·투자에 투입된 전체 자금은 공개된 규모를 상당히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같은 막대한 투자가 아직 본격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이에 오히려 넥슨의 실적은 완연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넥슨 발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연결 기준 매출액·영업이익은 2011년 876억 엔·382억 엔, 2012년 1천84억 엔·473억 엔으로 연간 20% 이상 급성장했다.

그러나 2013년 들어 글룹스 인수 효과로 매출액은 1천553억 엔으로 43.3% 늘었지만, 영업이익·순이익은 507억 엔, 303억 엔으로 각각 7.3%, 7.6% 증가해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이어 작년에는 1∼3분기 매출액이 1천300억 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7.6% 증가하고 영업이익·순이익은 각각 8.2%, 1.9% 감소해 성장 정체가 뚜렷해졌다.

이러한 부진의 원인으로는 넥슨의 일본 모바일 게임 사업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급변하는 시장 추세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점 등이 꼽힌다.

그 결과 넥슨의 주가도 2012년 상반기 1천600엔대까지 올랐다가 이후 1천엔 안팎으로 떨어져 3일 현재는 1천110엔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넥슨은 엔씨소프트에 8천억원 이상을 투입하고도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인수 이후 엔씨소프트 주가 하락으로 평가손실만 입는 셈이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2012년 6월 넥슨이 지분을 인수했을 당시 26만8천원 수준에서 3일 현재 21만5천원으로 20% 가까이 떨어졌고, 넥슨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 15.08%의 평가가치도 약 8천800억원에서 7천100억원으로 감소했다.

따라서 넥슨은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엔씨소프트 경영권을 본격 행사하든지 또는 여기 묶인 자금을 회수해 다른 곳에 투자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처지가 됐고, 최근의 '경영권 참여' 선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아 경영권을 유지할 계획이어서 넥슨이 주총을 앞두고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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