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한국 맥주 바람이 불고 있다.

이슬람권인 중동은 음주를 금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음주에 관대한 이라크를 중심으로 한국 맥주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이 집계한 지난해 대(對) 이라크 맥주 수출은 6천384t, 448만5천달러(약 48억4천만원)에 달했다.

홍콩 5만5천484t(3천248만달러), 중국 2만112t(1천412만1천달러)에 이어 물량과 금액 모두 세 번째다.

이라크에 대한 수출은 2010년만 해도 2천941t(168만4천달러)로 7위권에 불과했지만 4년 만에 싱가포르, 미국, 대만, 일본 등을 제치고 3위권에 포진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라크에서 한국 맥주 수출이 증가한 것은 순하고 부드러운 한국 맥주가 한류 바람을 타고 인기를 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 현지 맥주가 대부분 알코올 도수 8도 이상으로 높은 반면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등 국산 맥주는 4.5도로 순해서 현지 원주민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라크에서는 대장금, 허준 등 한국 드라마가 계속 재방송되고 북부 지역에서는 한국 영화제까지 열리는 등 한류가 확산된 것도 맥추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이트진로맥주 관계자는 "이라크에서는 음주에 비교적 관대한 북부 쿠르드 자치구를 중심으로 한국 맥주가 아주 잘 팔린다"며 "이곳은 이라크 다른 지역에 비해 규제가 자유롭고 현지인들의 무역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하이트진로의 이라크 맥주 수출량은 2010년 23만2천400상자(500㎖×20병 기준)였지만 2013년에는 34만2천300상자로 47.3%나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이라크 내전 등의 영향이 있었지만 여전히 수출은 호조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수출 호조는 주류업계의 다각적인 수출 전략도 한몫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1966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 1973년 서독, 1975년 일본에 진출했다. 현재 총 60여개국에 진로, 참이슬, 하이트, 드라이d, 진로막걸리, 명품진로 등 74개 품목을 수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시장의 경우 한국에서 검증된 맛과 품질을 바탕으로 일본 문화에 맞는 상품을 투입하는 글로컬(Global+Local) 전략을, 중화권의 경우 한류를 바탕으로 한 정면 공략 등 시장에 따라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오비맥주도 일본에 대해서는 제3맥주와 무(無) 알코올 맥주, 흑맥주 등 다양한 상품군을 수출해 까다로운 입맛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역시 일본 이외에도 몽골, 홍콩, 미국, 중국, 호주, 이라크 등의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맥주 수출은 2013년 7천225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7천318만달러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주류회사들도 수출을 통해 소비침체에 따른 매출 부진을 만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주류 수출 대상국과 수출액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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