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성장, 무선사업 나빠지자 반도체가 다시 효자노릇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205조4천800억원)이 2013년(228조6천900억원)보다 줄어 2005년 이후 9년 만에 역성장을 경험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한 1993년부터 2014년까지 22년간 삼성전자가 매출 역성장을 기록한 해는 1996년, 2001년, 2005년과 2014년을 포함해 모두 4차례 있었다.

    1996년의 매출 감소는 반도체 사이클 탓으로 해석됐다.

    1993년 반도체 D램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한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고 1995년에는 메모리 사업이 창사 이래 최대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반도체는 경기 순환 사이클을 심하게 타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미국 대선이나 올림픽 등 4년 주기로 부침을 거듭한다. 삼성전자는 1996년 반도체 사이클이 저점으로 내려가자 전년보다 매출액이 떨어졌다.

    1997년 한국 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를 맞았을 당시에는 미국·홍콩 등지로 휴대전화 수출을 본격화하면서 실적 악화 위기에서 탈출했다. 그 덕분에 IMF 사태 직후에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2000년 IT(정보기술) 산업이 호황을 맞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6조원대로 올라서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실적을 견인했다.

    그러다가 2001년 IT 버블, 이른바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삼성전자는 또 한 번 위기를 맞는다. 2000년 34조원대이던 매출이 이듬해에는 32조원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6조4천300억원에서 3천700억원대로 떨어졌다. 한 해 만에 1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2001년에는 다시 휴대전화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휴대전화 글로벌 판매가 확대되면서 통신 사업에서 전체 수익의 30% 이상을 거뒀고, 2002년엔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1위를 하면서 다시 실적 상승세를 탔다. 삼성전자는 2004년 전년의 2배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면서 '퀀텀 점프'를 했다. 영업이익도 처음 10조원을 돌파한 해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다시 7조원대까지 올라오면서 전체 실적을 앞장서 이끌었다.

    2005년에는 워낙 좋았던 2004년 실적이 조정을 받으면서 매출액이 소폭 떨어지는 역성장을 겪었다.

    2008년 들어서는 리먼 사태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로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가 그해 4분기와 2009년 1분기 연속 적자를 봤다.

    애플은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순식간에 스마트폰의 강자로 떠올랐다.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에서 삼성전자 실적을 방어한 사업은 '빛의 TV'로 불리는 LED(발광다이오드) TV였다. 2009년 상반기 LED TV를 내놓자 그해 2분기 영업이익 2조6천700억원 중 절반 가까운 1조1천600억원을 TV를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가 이뤄냈다.

    2010년 가전사업부가 경쟁 격화로 다시 3분기 적자를 내자 이번에는 반도체가 3조4천억원대의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실적을 지켰다.

    이후에는 갤럭시 시리즈의 스마트폰이 글로벌 점유율 20%대로 올라선 뒤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엄청난 실적을 창출했다. 2011년부터 2013년 3분기까지는 스마트폰 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그러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둔화와 중국계 저가폰의 공세로 스마트폰 사업이 오히려 실적 악화의 장본인이 됐다.

    그러자 작년에는 반도체 사업이 3분기부터 스마트폰 부문 영업이익을 추월하면서 효자 노릇을 했다. 3분기까지 누적 6조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실적 하강 국면에서도 든든한 방어선을 쳤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 5조원대와 매출 50조원대를 다시 회복하면서 바닥을 찍고 상승기류를 타기 직전이다.

    관건이 될 올해 1분기 실적은 반도체와 SUHD TV 등의 신무기가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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