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이 은행에 대출업무를 위탁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출상품을 소개하는 수준의 안내는 가능하지만 대출 서류를 접수하거나 전달하는 수준의 위탁영업이 허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을 전망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남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후에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은 물론 증권계열 저축은행까지 위탁영업의 허용 범위와 시기를 놓고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은 대출상품 소개나 모집, 서류 접수 및 전달 등의 비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이 가능하지만 저축은행은 영업구역 규제를 받고 있어 업무위탁이 적절한 지를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은행권이 대출 서류를 접수하는 것은 사실상 저축은행 영업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나면 증권사가 대주주로 있는 저축은행을 비롯해 업권별 규제 차이가 있는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 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금융계열 저축은행들은 출범 이후 은행의 영업망을 활용해 대출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요구해왔다. 은행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고객들이 별도로 저축은행을 접촉하지 않고, 은행 창구에서 상담을 받은 후 직접 고객 통장으로 돈이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이들은 대출이 어려운 개인이나 기업을 자연스럽게 저축은행으로 이끌 수 있는 데다 대출 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대출을 실행할 경우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이점으로 꼽았다.

한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영업점이 적기 때문에 지주계열 은행들이 대출을 중개할 경우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객 입장에선 대출중개인에게 지급하는 5%대의 금리가 줄면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존 저축은행들은 은행 지점을 활용한 위탁영업에 반발해 왔다. 저축은행업권은 지점 설립 요건이 까다로운 상황에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1천여개 이상의 지점을 활용한 영업에 나설 경우 고객 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현재 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6개 광역권 가운데 인가받은 지역에서만 본점과 지점을 열고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인가받은 지역에서 중소기업과 개인 대출의 50% 이상을 유지토록 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 점포는 저축은행보다 훨씬 많은 데 사실상 은행을 저축은행 지점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 외에 다른 저축은행과 협약을 통한 업무 위탁을 허용하더라도 자회사가 있는데 다른 저축은행의 상품을 안내해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반발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에 대한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과 기존 저축은행들이 모두 윈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단계적으로 위탁영업의 시기와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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