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추가 양적완화 발표…한은, 금리인하 대응 전망
[현대경제신문 송현섭 기자] 미국이 양적 완화정책을 중단했으나 BOJ(일본중앙은행)가 추가 양적 완화를 발표하며 국내 증권가와 산업계에 '엔저 쇼크'란 공포를 야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양적 완화를 강화해 종전보다 10조∼20조엔 늘어난 연간 80조엔으로 확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일본은행은 장기국채 투자액 역시 기존 50조엔에 비해 30조엔 늘려 80조엔규모로 운영키로 결정했다.
따라서 국내 수출주력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으며, 특히 일본업체와 경쟁이 불가피한 업체의 경우 연이어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수출기업 중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업종을 중심으로 주가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고 엔저로 인해 해외에서 일본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초비상이 걸렸다.
이같은 엔저기조는 단기적으로 국내 주요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입히고 있는데, 당장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의 주가가 하락세를 연출하고 있다. 또한 철강·화학 등 수출주력 업종 대부분이 약세를 면치 못해 포스코와 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업체들의 주가가 연일 하락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황은 글로벌 시장의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전자·반도체업종도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약세도 눈길을 끈다. 이에 반해 내수시장에 주력하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과 삼성생명·신한금융지주·SK텔레콤·삼성화재 등이 엔저기조로 인해 상대적인 수혜를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와중에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까지 하락하면 국내수출이 8.8% 급감한다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보고서는 엔저 장기화로 인해 자동차·기계·철강산업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일본정부는 내수부진과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추진해온 양적 완화를 강화하면서 엔저기조 장기화를 통해 수출 경쟁력 확보와 해외시장 장악을 도모하고 있다. 가뜩이나 해외경기회복 지연에 내수침체로 걱정이 많은 우리나라 경제에 또 다른 통제불능의 외부 악재가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엔저 쇼크' 대응차원에서 정부재정 조기집행과 함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를 단행해 일본 아베노믹스발 리스크에 맞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을 살펴보면 엔·달러 환율은 112엔을 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도 약세로 돌아선 상황이나 엔저기조 심화로 원·엔 환율은 급락세를 연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최저 수준인 100엔당 940∼950원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심지어 일부 금융기관은 앞으로 원·엔 환율이 920원대까지 하락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외환당국 차원에서도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경고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만약 엔저현상이 더 심해져 원·엔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 일본과 해외시장에서 경쟁관계인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악순환이 우려된다. 특히 일본의 양적 완화 강화로 인해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명분이 마련된 만큼 국내 금융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엔저가 중장기적으로 국내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로 인한 공백을 메우고 유럽의 경기부양책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논리를 들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양적 완화 강화발표에 자극을 받은 ECB(유럽중앙은행)이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서게 된 점이 긍정적이란 주장이다.
이는 앞서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 10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회의에서 양적 완화의 종료를 선언한 뒤, 유동성 악화 우려가 제기된 글로벌 금융시장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