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최보람 기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華爲)가 한국에서 ‘X3’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 스마트폰시장은 노키아ㆍ모토로라ㆍHTCㆍ블랙베리 등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도 패배를 맛 보면서 ‘외산 휴대폰의 무덤’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9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만큼 자국 기업 제품에 대한 애국심(?)이 높다.

그런데 이번 화웨이의 한국 진출은 앞서 언급했던 업체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 가격을 비합리적으로 바꿔놓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영향과 전 세계적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통법 시행 한 달, 여전히 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단말기 구매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저가 요금제를 택하면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 지원을 너무 적게 해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예 중저가인 보급형 스마트폰이나 화웨이 같은 외산 스마트폰을 알아보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단통법의 가장 큰 문제는 분리공시ㆍ보조금 상한선 같이 눈에 띄는 사안들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스마트폰의 가격자체가 너무 비싸졌다는 데 기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 X3는 타사의 전략 스마트폰 급의 스펙을 갖추고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가격대비 성능 면에서는 경쟁사의 보급형 모델들보다 사양이 좋다.

오랫동안 ‘싸구려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중국의 생활가전 업체인 하이얼은 지난해 전 세계 대형 가전 시장에서 9.7%의 점유율로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독일ㆍ일본ㆍ미국 등에서도 인증을 거치는 등 품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화웨이도 중국과 신 시장 개척의 성과로 올 3분기에만 3천200여만대를 팔아치우는 등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3위로 뛰어올랐다. 더 이상 중국 제조사들이 삼성전자ㆍLG전자에 무기력하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산의 거침없는 성장 이면에는 불투명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향후 실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무선사업부의 실적 부진이 어닝쇼크로 이어졌다.

화웨이가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판매처도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만큼 화웨이 X3는 한국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시험적인 제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화웨이의 성패와는 별개로,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무시했던 중국 스마트폰이 우리 안방까지 들어온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로 기록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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