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나이 70을 훌쩍 넘긴 노인 대여섯이 허름한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마치고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나라에서 주는 공돈(?)을 얼마나 받고 있느냐하는 것이었다. 말이 공돈이지 이들은 70평생을 사는 동안 나라에 이바지한 정당한 대가로 연금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6.25참전수당인가 17만원하고 노령연금이라고 해서 15만원 가량 받는 것 같아…"

한 노인의 말에 맞은편에 앉아있던 노인이 되받았다.

"6.25참전수당이 꽤 되는구먼 난 그것도 없어. 달랑 며칠 전부터 보내오는 노령연금인가 뭔가가 10만원 정도 되는지 몰라. 그것뿐이지 뭐"
"우리도 다 그게 그거지 뭐…"

다른 노인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 서민층 노인들의 복지수준이 이 정도인가 싶다. 온갖 매스컴이 시간마다 합창을 하듯 복지타령을 하는 나라치고는 실제로 수혜대상인 개인들의 형편은 이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선거철만 되면 헛배를 불려놓는 공약(空約)인 줄 알면서도 복지를 향상하겠다는 후보자에게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그만큼 겉 멋든 나라경제 속에서 사는 서민들은 그들의 약속이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유혹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재미있기는 당선이 된 선량들의 사후행태에 있다. 행여 집권한 편이 아닌 반대당의 멤버인 경우, 후보자 시절에 되 뇌이던 복지타령은 아예 까먹기 일쑤다.

행여 집권당이 복지공약실천을 위해 재원마련에 필요한 관련법령을 손질이라도 할양이면 게거품을 물고 반대하느라 여념이 없을 정도로 목소리를 키운다.

공약대로 복지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라곳간을 뒤져봐도 쓸 돈이 없는 것이다. 당연히 재원마련을 위해 돈을 거둬들여야 한다. 조세제도를 고쳐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하던가 아니면 세목을 늘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나라가 주는 공돈 같아 보이는 연금 따위가 실은 국민들로부터 긁어모은 돈이라는 걸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어느 쪽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이런 정책은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집권한 쪽을 향해 아니, 언필칭 국민들 향해 집권당이 무지막지하게도 세금을 올린다고 선전선동을 해대기 일쑤다.

비근한 예로 최근 정부가 담배 값을 올리겠다고 하자, 야당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왜 서민들이 애환을 달래기 위해 피우는 담배에 손을 대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깎아주면서 가난한 서민들에게 세금폭탄을 쏟아 붇는 다고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서는 것이다. 애연가들에게는 곱게 들릴 듯도 하지만, 많은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한 주장이라는 게 중론이다.

등록금이 비싸다고 각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나자 여러 대학에서는 깎아주는 시늉을 하는 등 골머리를 앓았던 때가 얼마 안됐다. 그러자 선거 때가 되자 아니나 다를까 시(市)가 운영주체인 모 대학의 등록금을 안 받겠고 공약한 후보자가 나왔다.

그리고 그 후보자가 당선되었다. 그 대학은 학비 안 드는 대학이 되었다. 과연 학비가 필요 없는 학교가 되었을까? 알고 보니 그 학교의 학비는 그 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고스란히 대고 있는 것이다.

복지 좋아하다가 허망해지는 경우도 한둘이 아니다. '3~5세 누리과정'이라고 해서 어린이 집에 다니는 꼬마들을 위해 무상보육차원의 예산을 지원해 왔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이 돈을 지원할 수 없다고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예산편성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중앙정부에서 책임지라는 것이다.

나라의 곳간이 말라있다. 인심(복지)을 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서민의 피를 말린다고 눈을 부라리는 선량들의 지혜는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서민경제가 지리멸멸해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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