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이 급격하게 낮아졌다는 발표가 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라경제에 대한 우려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서민경제가 침체일로에 접어들었다는 민생의 소리가 극에 달했을 때도 듣는 척 마는척하던 정치권이었다. 그런데 재벌기업의 분기 실적이 줄어들자 촉각을 세우고 나라경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그거보라는 듯 경기부양책을 다시 한 번 매만지고 나섰다.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은 워낙 큰 회사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  하는 비중과 함께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생산해내는 IT제품은 한동안 세계제일을 달렸다. 선발주자였던 유수의 기업을 제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껏 추켜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IT제품과 같은 단명기술의 미래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은 운명을 안고 있었다. 뒤를 이을 또 새로운 밥줄을 찾는 노력이 병행돼야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 한 기업만의 준비가 아니다. 나라가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과업이기도 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IT를 위시해서 자동차와 석유화학제품, 이른바 수출트로이카 분야뿐 아니라 효자종목이라고 일컫는 조선과 기계업종의 전망도 어둡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우리의 기술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춘 경쟁국들이 하나둘이 아닐 정도인 것이 현실이다.

이제부터는 그동안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키워왔을 비장의 카드가 등장할 때가 되었다. 국민은 정부와 기업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메이드인 코리아의 새로운 도약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그런 희망마저 없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기업의 희망은 세계제일의 제품을 만들어 수출로 승부를 가리는 것이라면, 서민경제를 일궈가는 소상인들의 꿈은 장사가 잘되는 것이다. 20여 년째 동네 전통시장에서 통닭점포를 운영하는 P씨는 요즘 심란하기 짝이 없노라고 속내를 털어 놓는다.

 TV드라마에서 비롯돼 한류를 타고 이웃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로 날개달린 듯 팔린다는 '치맥'도 P씨네 점포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한때 1백 여 마리 이상 팔려나가던 통닭구이와 닭 강정도 근자에 들면서는 차츰 매상이 줄어들고 있어 속을 태우고 있다.

이런 현상은 P씨네 점포만의 사정은 아니다. 소위 전통시장 대부분이 겪고 있는 만성질환과도 같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벌써 몇 해 전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한다고 해서 당국의 지원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해서 비롯된 것이 때  빼고 광내는 식의 시설개선이었다.

하긴 지저분하고 비만와도 질척이던 시장바닥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들은 이미 없었다. 시장골목에 지붕도 해 씌우고 바닥에도 포장을 입혔다. 점포들도 밝은 색깔로 덧칠을 했다. 한결 산뜻한 모습으로 바꿨다.

그러자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장사도 전보다 나아지는가 싶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이내 곳곳에 들어서는 재벌기업의 대형매장이 전통시장의 고객을 빼앗아 가고 있었다. 지원했던 당국도 지붕만 처다 보는 셈이 되었다.

그러자 전통시장을 지키던 상인들의 생각도 하나둘씩 변하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통닭구이로만 팔던 닭을 찌고, 굽고, 삶고, 찢어서도 파는 새 메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옆집 고기구이 집에서도 다양한 메뉴로 고객을 사로잡았다.

골목시장은 특색 있는 시장으로 소문나기 시작했다. 돌아섰던 고객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사라졌던 인심을 부추겨 과거와 미래를 덧씌운 퓨전전통시장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출산업을 이끌어 갈 새로운 업종으로 바이오와 나노분야의 육성을 꼽는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을거리라는 것이다. 산업의 지형이 급격하게 변화될 것을 예상된다.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운명이 바뀌는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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