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경쟁력 저하 불가피해 당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거론돼

[현대경제신문 송현섭 기자] 일본 '아베노믹스' 3년차를 맞아 엔화 약세기조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엔/원환율이 800원대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들 정부 기관은 최근 엔저 하강속도가 우려할 수준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면밀히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외환당국 관계자는 "3년차로 접어든 엔저가 최근 심화되고 있다"면서 "환율에 과도한 쏠림현상이 있으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는 과거 엔저현상의 추이와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예상되는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기업들도 자구 노력을 등한히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최근 "엔/원환율의 지속적 하락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엔/원환율 변동)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엔화가치가 지난달 30일 11시 28분 기준 965.71로 현재 수준보다 더이상 하락하면, 국산제품의 수출 경쟁력 저하를 비롯해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엔/원환율 자체가 달러/원 및 달러/엔환율과 연동한 재정환율이라 정부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는 마땅한 정책수단이 아예 없다는 점에서 외환당국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G-20 재무장관 회의가 열린 호주에서 일본의 양적 완화정책을 우려하면서도 "엔/원환율이 재정환율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일본기업들이 엔저를 기반으로 수출단가를 인하하는 등 공격적인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국내기업과 경쟁관계인 업체들이 본격적인 가격경쟁에 나서면 우리나라 수출은 큰 타격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외환당국은 과도한 엔저현상이 확산되면 엔화가치의 하락폭 만큼 국내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에 대해 원화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등 대응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원화가 국제통화가 아니라 금리 인하로 원화가치가 하락한다는 보장이 없고 부채 증가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주력 기업들에 대해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강조하면서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관리에 역점을 둘 것을 당부하는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조정할 수 없다"며 "수출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지 않으려면 환변동보험에 많이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기업들이 환율이 추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환변동보험 가입을 관망하고 있어 자칫 피해가 확산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중소기업청은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원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데 무역보험공사와 함께 내년부터 '수출역량 강화사업' 참가업체 1천500여개사를 대상으로 무역보험 가입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이달과 11월중 중소기업 수출입 실무자를 대상으로 환위험관리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중기청은 올 들어 8월까지 업체당 100만원씩 33개사에 환변동보험료를 지원했는데 작년 20개사보다 13개사가 늘어났으나 여전히 취약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최근 엔/원환율은 지난 2008년 8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기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래 연일 최저치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 같은 엔저기조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현 일본총리가 대규모 양적 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선 '아베노믹스'에 따라 지난 2012년 9월을 즈음해 본격적으로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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