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하게 엄한 법집행으론 경제회생 막아…朴정부, 정책기조 변화예고

[현대경제신문 송현섭 기자] 최근 정부 고위관료들이 잇따라 구속 기업인들의 사면을 시사, 경제비리 엄단을 강조해온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가 변화될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25일 재계와 관가 등에 따르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부당한 이익을 사회에 충분히 환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살리기에 헌신적인 노력을 할 것"을 전제로 "잘못한 기업인도 국민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황 장관은 또 "기회를 얻기 위해 사회 환원하는 것과 사회 환원하고 국민이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도 "과도한 수사로 기업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하지 않는 게 원칙이며, 기업이 정말 기업답게 일할 수 있도록 바로잡는 수사를 하겠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5일 기업인 사면에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는데 대기업 총수 등에 대한 사면이 경제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 부총리는 "기업인이라고 원칙에 어긋나게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란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면서 황 장관의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또 "투자부진이 우려되고 회복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총리 입장에선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며 "주요 기업인들이 구속상태에 있으면 투자결정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황 장관의 발언에) 공감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비리에 대한 일관된 무관용 원칙에서 물러나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경제회생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우선 재계에서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건강 악화로 수감생활이 어려운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경제인들 중 최장수 수감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 회장의 경우 형기만료가 오는 2017년 1월까지지만 작년 1월31일 법정 구속이후 가석방 요건인 3분의 1의 형기를 마친 상태라 선처를 받을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다. 또한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앞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현재 변론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호준 태광그룹 회장 및 이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 태광그룹 전 상무,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도 재계에서 잠재적 사면대상으로 얘기되고 있다.

이들 그룹 총수들은 경영공백에 따라 중장기 투자결정 및 사업기회를 상실하는 등 어려움을 호소해왔고 재계에서 꾸준히 선처를 호소해왔던 만큼, 빠르면 오는 성탄절 특사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다소 희망 섞인 예상이 흘러나오고 있기도 하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취임이래 정부가 줄곧 비리 기업인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내세워 사면을 거부해왔고, 지난 1월 사면에서도 기업인이나 정치인 등은 리스트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활성화가 최대의 과제인 가운데 이들 경제인의 구속만 고집하며 각 기업의 경영애로를 부추기고 경제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운 점에서 정책기조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법무부는 원칙에 부합되고 요건이 갖춰진다면 누구나 가석방 등 선처를 받을 수 있다면서 기업인이란 이유로 특별히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는 재계의 꾸준한 탄원에도 불구, 지난 1월 정부가 구속 기업인들의 사면을 거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기도 하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이에 따라 선처방법 가운데 가석방이나 특별사면이 단행될 여지가 큰 것으로 보이는데 사면의 경우 박 대통령의 결단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재계는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인데 경제회생을 위해 대규모 투자결정을 할 수 있는 이들 구속 대기업 총수에 기회를 준다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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