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376조원.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 규모의 금액이다. 내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살림규모다. 올해보다 5.7%가 늘어난 규모로 정부가 발표하자마자 '수퍼예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예산안의 주안점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재정적자 33조원이나 국가채무 570조원 등이 늘어나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적자폭이 커지고 빚이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경기를 부추겨 민생이 풍성해지는 게 먼저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만큼 바닥경기가 팍팍하기 이를 데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 처방이 나랏돈을 풀어서라도 민생을 돌봐야한다는 게 이번 예산안의 주요골간이다.    

민생을 돌보는 정부의 배려가 고맙기 그지없다는 생각과 함께 매번 겪는 심정적 불편함이 머리에서 맴돌고 있음을 숨길 수 없다. 때마침 미국의 저명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세계 '웰빙지수'를 대하면서 우리네 삶의 질이 얼마만큼이나 한심한가를 곱씹게 된다.

13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웰빙지수는 75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삶의 목표를 비롯해서 사회관계, 경제상황, 건강, 공동체 안전-자부심 등 5개 항목 중 3개 이상의 만족여부를 기준으로해서 비율로 평가한 것이다.

재미있기는 이른바 잘사는 나라로 알려진 선진들도 예상외로 선두그룹에서 밀려나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돈이 많다고 삶의 질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웰빙의 조건은 돈의 많고 적음보다 국민 생활을 가능케 하는 환경이 어떠한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낙천적인 기질을 타고났다고 알려진 중남미국들이 선두그룹을 차지하고 있다. 기후 좋고 아등바등 하지 않아도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천연열매가 있어서 일까. 그들은 삶의 고단함을 선진 국민보다 덜 느끼고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이 조사의 주요 포인트이다.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인간본연의 그 무엇이 웰빙의 주요 포인트가 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음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내 삶을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간섭받고 사는 삶'과 '간섭의 질곡에서 사는 삶'과는 엄청난 간격이 있다. 굳이 철학적 분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개인사적 문제만이 아니다. 크게는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간섭에서 우리네 삶은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국민은 불평불만의 최 일선의 병정 혹은 전사이기를 자처하게 된다.

최근 기막힌 우리나라정국을 주제로 대화가 밥상위에 오르기는 여반장이다. 그렇게 되면 여야가 갈리게 되고 급기야 진보와 보수로 나뉘다. 나아가 영호남이 분명해지고 결국 납북으로 갈린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출신을 따지는 게 한국이다. 미국이 흑백분쟁으로 갈리기 쉬운 것처럼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빨갱이와 빨갱이 아닌 족속들로 편 가름을 해왔다. 

내년도 예산을 펑펑 써서 민생경기를 부추긴다 해서 행복한 대한민국사람이 된다는 보장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다. 숨 쉬고 활동하는 환경부터 고치라는 말이다.

일은 안하면서도 엄청난 월급 받는 인간들이 제 멋에 겨워 밥도 굶고 머리띠 두르고 목소리 높이면서 선동을 일삼는 꼴은 더 이상 보기 싫다는 게 국민의 솔직한 심정이다.

어쩌면 민생경기 부양에 쏟아 부을 예산가운데 일부라도 정치인들의 망동을 엄벌하는 돈으로 쓸 방안은 없는지. 그렇게 하는 것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첩경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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