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나라가 망하는 데에는 단계가 있다.

먼저 패가 갈라져 논쟁을 벌인다. 이어 구성원들 간에 철천지원수가 되어 생사를 가른다. 아무도 중재하지 못하는 판국이 된다. 이 바람에 국력소모는 불문가지다. 이때를 틈타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적군이 처 들어와 나라를 빼앗긴다.

위의 경우가 바로 내분에 의한 망국의 예가된다. 역사상 이렇게 나라를 잃고 유리걸식하는 백성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우리민족이 바로 그런 백성이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반도에 여러 부족이, 또는 국가로서 체제를 유지하던 우리네 조상들도 흥망성쇠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내부에서 지지고 볶아대는 과정에서 망국에 이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분이 없는데 느닷없이 적국에 의해 사라진 나라는 거의 없다. 비록 약소국일지라도 그렇다는 것이 역사가 증명해 준다. 별것도 아닌 시비 거리를 두고 앙숙이 되어 나라전체가 기진맥진되도록 싸우다가 폭삭 망하는 과정을 겪기 마련이다.

우리가 일제에 의해 36년간 종노릇을 한 까닭도 따지고 보면 조선시대-구한말 때부터 패를 나누어 내분을 자초한 결과의 산물이 아닌가. 겨우 외세에 의해 광복을 얻었다가 몇 해만에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한 것도 얼빠진 위정자들 간의 편싸움 탓이 크다.

가까스로 남쪽을 지켜내 용케 산업화-민주화를 일궈 선진국 문턱 가까이 온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아닌가. 호된 대가를 치루고 얻은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일찍 정신을 차리고 국민화합을 이뤘다면 동족간의 피바람은 막을 수 있었으리라. 그러니 치자(治者)들의 책임이 얼마나 큰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먹고 살기에 여념이 없는 백성들에게 그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일찍이 나라가 풍전등화 같은 위기에 놓여있던 64년 전, 불과 열일곱 여덟 살이었던 학생들이 전장으로 달려가 공산괴뢰군을 맞아 싸웠다. 죽거나 다친 학우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해서 지켜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어느새 역전의 용사들의 나이 80고개를 넘긴지도 오래다. 그런 동지들의 요즈음 시름이 다름 아닌 나라걱정이다. 최근 만난 동지들의 화두는 오직 하나, '이러다가 나라 망하는 꼴 보겠다.'였다. 

소위 세월호 침몰이후 난파선에 의해 대한민국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 채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형국을 보면서 하는 우국지정(憂國之情)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라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진단을 벌써 내려놓고도 패를 나눠 논쟁만으로 아까운 시간만 보내고 있으니 하는 걱정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동지들의 가슴에 자리 잡고 있다. 무엇하나 호락호락한 시절이 아니라는 체험적 위기의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일본, 게다가 러시아까지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의 동태가 새로운 질서구축이라는 명제아래 비상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주시하고 대비하기에도 벅찬 시점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호시탐탐 대한민국을 노리고 있는 북한의 안팎사정은 우리에게는 비상사태에 직면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동지들은 크게  우려한다. 핵으로 무장한 철부지 김정은의 행패가 언제 멈출지 모르는 판국에 세월호에 막힌 이 나라에서는 이제 이를 걱정하는 소리마저 실종돼 버리고 말았다.       

뿐이 아니다. 민생이 피폐해져 더 이상 세월호에 매달릴 겨를이 없다는 국민의 소리마저 무시되고 있음이다. 세월호 피해자를 두고 패가 갈려 민생의 고통을 저버리고 있다. 입 달린 치자들 마다 묘수를 토해내고 있지만 귀담아 듣는 상대가 없다.

세월호 종사자도 아닌 국가원수에게 책임을 돌리고, 원색적인 욕설을 해대는 삼류국가 국민임을 자초하는 자들이 허다하다. 이참에 위헌적 주장을 획책하는 자들이 또한 틈을 노리고 있다.

이런 자들의 목적은 대한민국을 꼼짝 못하게 잡아놓고 종내 나라를 적에게 넘겨주겠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물음이다. 이적행위에 다름이 아니다. 사랑하는 자손들에게 60여 년 전의 대한민국을 넘겨주기는 싫다는 애국심의 발로이다. 뼈만 남은 어께에 다시 총을 메고 일선으로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국론분열을 획책하는 분순분자들을 일소해야 한다고 그들은 되 뇌이고 있었다. 망하는 길로 나가는 이 나라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피울음 토해내고 있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