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 불구 차량수리 지불보증…정비업체는 과잉수리

[현대경제신문 장우진 기자] #김모씨(가명)가 자녀(20)과 함께 각자의 차량을 이용해 지방으로 이동하던 중, 한 휴게소 인근에서 자신의 코란도 차량으로 딸이 운전하던 차량(BMW) 후미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렉카차가 도착해 N정비업체로 차량을 이동시켰다.

김씨는 지인이 소개해 준 정비업체에서 차량을 수리하려 했으나, 이에 N정비업체에서 차량수리가 모두 마무리 된 상황이었다. 수리비는 당초 예상했던 1천만원보다 약 2배가 넘는 2천400만원이나 청구돼 있었다. 이 사고는 가족간 발생한 교통사고로 면책사유에 해당돼 김씨가 수리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김씨는 N정비업체 측으로부터 차량 수리와 관련해 10여일 동안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으나, 수리는 이미 마무리 된 상태였다. 정비업체 측은 “보험사 측에서 지불보증을 섰기 때문에 차량을 수리했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1월말 사고 발생 이후 수리비 2천400만원을 지불하지 않아 현재까지도 차량을 인도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합리적인 수준의 수리비 조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면책사유 확인없이 정비업체에 지불보증…보험사 실수

이 사고는 보험사의 허술한 업무로 인한 피해를 고객이 고스란히 떠안는 사례로 보인다.

일반적인 자동차보험 약관에 따르면 가족간의 자동차 사고는 보험사가 배상을 해주지 않는 면책사유에 해당한다. 즉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사고인 만큼, 보험사는 정비업체에 차수리와 관련해 지불보증을 서면 안된다.

사례의 피해자 김씨는 대전에 BMW 서비스센터가 없어 가까운 지인에게 소개받은 A공업사로부터 “1천만원 이내에서 수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그 곳에서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차량수리는 N정비업체에서 이미 마무리 된 상황이었다. 이 정비업체가 차량을 수리한 이유는 보험사 측에서 지불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정비업체는 차량 수리가 들어가기 전 보험사에 ‘보험수리 차량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즉 사고접수번호를 확인한 후 수리한다는 뜻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보험회사는 ‘지불보증’을 서게 된다. 인사사고일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지불보증확인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대물차량 사고는 구두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례의 피해자 김씨는 “정비업체 측에서 보험사가 지불보증을 섰다고 명백하게 밝혔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수리비가 예상보다 많이 나와 관할구청에 민원을 넣고, 구청직원과 함께 정비업체를 방문했다”며 “구청 직원이 견적서 및 거래명세서 등을 요구하자 정비업체 측은 ‘보험사가 지불보증을 섰기 때문에 수리했다’고 실토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정비업체 측에서 (본인에게)지불보증확인서도 작성해 줬으며, 보상담당 직원과 정비업체 사장간 통화내용을 확인해 본 결과, 양측간 지불보증을 섰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와 정비업체간 수리비 분쟁 등이 있을 경우에는 지불보증확인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외에는 따로 지불보증을 서지 않는다”며 “다만 정비업체 측에서 차량을 인도받은 후 ‘보험수리 차량인지, 일반수리 차량인지 여부’를 확인한 것이 지불보증으로 오해를 샀을 수는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비업체에서 과잉수리 인정…고객에 피해전가

또한 정비업체들은 보험처리가 되는 사고차량에 대해서는 과잉수리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사례에서도 실제보다 약 2배가 더 높은 견적이 나왔다.

김씨는 “N정비업체 사장은 과잉수리를 해 견적이 높게 나왔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N정비업체 사장이 ‘지불보증을 한 이상 보험사가 돈을 내게 되는데, 고객입장에서는 단순 수리보다는 새차같은 느낌을 받길 원하지 않겠느냐’며 견적이 더 나왔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험사가 지불보증을 서지 않았더라면 애당초 수리비가 이렇게까지 높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원하는 정비업체에서 수리도 받지 못한데다 과잉수리비까지 부담해야하는데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분노했다.

김씨의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김씨는 8개월째 자동차를 찾지도 못한채 렌트료만 매달 100만원 이상씩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정신적인 피해 또한 만만치 않다.

김씨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선임 변호사는 “면책고지가 늦어져 수리가 이뤄진 부분이 있다면, 보험사 측에 ‘사용자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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