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송현섭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와 환율쇼크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음에도 불구, 올 상반기 우리나라 무역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단계 상승한 세계 8위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 8월말 현재 세계 71개국을 대상으로 상반기 수출입 동향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무역규모는 5천464억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은 2.5% 늘어 2천833억원으로 7위, 수입은 2.6% 증가해 2천631억원으로 9위에 랭크됐는데 1997년 12위에서 외환위기 이후 1998년 14위로 하락했다 상승세를 기록하며 2012년 8위까지 올랐다.

작년에는 홍콩에 밀려 9위로 하락했으나 올 상반기 수출이 증가하며 8위를 재탈환했다. 그러나 이면엔 독일·프랑스 등 유럽 및 일본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중국에 대한 의존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수출 1조619억 달러·수입 9천590억달러로 작년에 이어 1위를 유지한 중국의 무역규모는 2조209억달러, 뒤를 이어 미국 1조9천808억달러, 독일이 1조3천937억달러로 집계됐다. 따라서 수출과 수입을 막론하고 올 상반기 71개국 전체 교역규모는 1자릿수로 소폭 증가하고 있으나, 중국경제의 압도적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이 주목된다.

13억명의 거대한 인구와 함께 급성장하는 생산력,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전 세계의 자원과 투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인접국가인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가공할 만하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한 1978년이래 연평균 10%대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GDP기준으로 2010년 일본을 제쳤고, 미국을 능가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게 살펴보면 대중국 교역의 편중현상이 심각한 처지에서 세계 8위의 무역규모를 마냥 좋아해야 할지 의문이 든다. 이를 반증하듯 8월 대중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26억5천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억6천만달러나 급감했는데 특히 철강·화학 등 분야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중국이 제조업 집중육성을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우리기업들의 입지가 그만큼 위축된 것이다. 더욱이 현재 석유화학·IT·자동차·조선 등이 중국보다 수출경쟁력이 높기는 하지만 철강·금속·기계 등은 조만간 중국기업들에게 곧 추월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제는 정부나 국민을 막론하고 중국경제가 우리나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란 막연한 환상을 버리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라이벌이란 의식을 갖고 우리경제의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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