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에 이어 우리카드가 분사 의사를 나타내 카드업계 비중이 전업카드사 쪽으로 더욱 기울게 됐다.
 카드 사태 이후 은행 안으로 몸을 숨겼던 카드사들이 다시 독립을 선언함으로써 카드업계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1일 우리은행 내 사업부로 머물러 있는 카드사업부(우리카드)를 올해 상반기 말까지 분사시키겠다고 밝혔다.

 비은행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우리금융의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업계에서 하나SK카드와 KB국민카드가 잇따라 카드사를 독립시키면서 우리카드의 분사 가능성은 일찌감치 관측됐다.

 은행계 '빅4'인 신한은행(신한카드), 하나은행, 국민은행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카드사를 독립시켰지만, 아직 우리은행만 은행 안에 카드사가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은행계 카드사는 전업 카드사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띠면서 독립적인 경영이 어렵고 이 때문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특히 올해는 현금서비스 금리 인하에 이어 가맹점 수수료율, 체크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어서 카드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카드 대란 당시인 2003년 전업 카드사에서 은행 내 카드사업 부문으로 들어가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카드사들이 다시 분리 독립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카드는 분사하면 하나SK카드처럼 통신사와 카드사가 결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이 회장은 "우리금융이 분사하는 카드사의 지분을 100%까지 보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SK-하나카드처럼) 통신회사와 같이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어 (통신사의 지분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카드시장에서 모바일결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금융과 통신의 결합은 매력적인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KT가 비씨카드 인수에 나선 것도 카드와 통신의 융합을 통한 컨버전스 효과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잇따라 분사하면서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 상태다.
 카드사들이 신규고객 확보에 나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을 벌이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현재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시장점유율이 20%대 초반이고 KB국민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등이 10%대 초반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 후발주자인 롯데카드와 하나SK카드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아직 시장점유율이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어 선두그룹을 추격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런 점을 우려해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상향조정하는 등 건전성 강화에 나서고 있어 대량 부가서비스 제공 등을 통한 물량 공세는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금융이 일단 카드 분사에 주력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험 등 다른 비은행부문에서 어떤 움직임을 펼칠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험과 자산운용, 카드, 소비자금융 등의 비은행부문은 과감한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해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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