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도로 함몰·동공 발생원인…지하철 9호선 터널 굴착공사 미흡으로

[현대경제신문 송현섭 기자] 서울시가 지난 5일부터 송파구 석촌 지하차도에서 잇따라 발견된 7곳의 도로 함몰 및 동공이 지하철 9호선 터널 굴착공사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도로 함몰과 동공의 발생원인을 둘러싸고 제2롯데월드 건설공사와 관련됐다는 의혹과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서울시가 민간 조사위원회를 구성, 객관적으로 검증한 만큼 해당 지하철 구간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송파구 석촌동 일대 도로 함몰현상 및 동공 발생 등에 대한 민간 조사위원회의 원인조사 결과를 밝히고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서울시는 석촌 지하차도에서 발견된 동공은 지하철 9호선 919공구 실드공법에 의한 터널 굴착공사로 발생했지만, 해당공법으로 시공중인 다른 구간은 안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촌 지하차도 지하철 공사구간은 과거 한강이 흐르던 지역을 매립해 조성한 지역으로 모래와 자갈 등으로 이뤄진 충적층 구간 및 화강 편마암 지질이 섞여 있다. 이에 조사위는 지하철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이 이 구간 공사를 진행하면서, 충분하게 지반 보강을 하지 않아 도로 밑에 있던 모래·자갈이 터널 공사지점까지 유출돼 동공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공발생 위치를 살펴보면 충적층 내 터널 굴착기기가 오랜 시간 멈춘 위치에서 대규모 동공이 발생했으며, 발견된 동공은 공사가 끝난 지하철 터널방향에 위치해 있었다. 또한 석촌 지하차도 왕복 4차선 중 지하철 공사가 없었던 구간에선 동공이 발견되지 않아 또 다른 원인으로 추정된 제2롯데월드 공사나 상하수도관 등은 직접 연관이 없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참고로 지하터널을 굴착하는 공법에는 지상에서 구멍을 뚫고 지반을 보강한 뒤 굴착하는 수직공법과 지하에서 터널을 뚫어가면서 주변의 지반을 보강하는 수평공법 등이 있다. 당초 삼성물산은 석촌 지하차도에 많은 구멍을 뚫어야하는 제약을 들어 서울시와 도로관리 부서 등과 협의한 뒤 수평공법을 택했는데, 공사 착수 전에 지반 침하가 우려됐으메도 불구, 보강 등 작업을 추가로 진행키로 하고 우선 굴착공사에 착수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시는 삼성물산이 당초 서울시에 보고했던 터널 굴착기기와 다른 기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삼성물산은 굴착기기 앞부분 커터 교체시 주변 지반에 채움재를 넣는 구멍을 42개 달린 기기를 사용하겠다면서, 실제로는 구멍이 8개인 기기를 쓴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삼성물산이 지반 굴착시 기기를 통해 유출되는 토사량이 기본 배출량보다 많았지만 이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는 등 지반 침하현상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작년 5월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감리단에 보고한 일일 작업일지에서 기본 터널공사에서 유출되는 토사 등 굴착량은 2만3천842㎥이라고 적시했다. 하지만 실제 굴착량은 2만7천159㎥로 이중 3천317㎥ 14% 가량이 더 굴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이번 조사결과를 근거로 정밀조사 기술용역을 의뢰하고 동공 발생원인 등에 대한 심층적이고 공학적인 원인분석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현재 지하철 터널 굴착공사가 진행 중인 9호선 현장에 계측기 703개를 설치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아울러 동공 주변의 건물과 지하차도 구조물에 대해서도 계측기 53개를 추가 설치해 전문가 등 12명의 기동점검반을 운영, 특별 관리하고 주민안심 상담창구를 개설하고 상시 운영하는 등 지역주민의 우려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또 도로 침하 및 동공 등을 신속하게 복구하기 위해 지난 16일 전담 T/F(태스크포스)를 구성, 시공사의 복구작업 지원을 위한 기술자문·행정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서울시는 현재 삼성물산이 제출한 복구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말까지 석촌 지하차도 일부 차선을 재개통 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9호선 3단계 공사과정에서 잔여 실드공법 적용구간 지반공사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확실한 안전대책을 수립한 다음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연평균 681건이 발생하고 매년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도로 함몰에 대해선 노후 하수관 등 주요 발생원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특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서울시는 당장 노후 하수관로 종합관리계획을 수립, 오는 2021년까지 5천㎞, 연평균  680㎞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전체의 73%인 20년이상 노후 하수관 관리를 강화한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올해보다 1천17억원이 늘어나 2천2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당장 내년 예산안에 반영돼야 하나 최소 연 1천억원이 부족해 국비지원 요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대형 굴착공사 현장관리를 강화해 모래와 점토·자갈 등이 섞인 충적층을 통과하는 터널구간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동공 발생여부를 확인하고, 2015년부터 시에서 시행하는 대형 공사장 인근에 도로함몰 전담 감리원을 신규 배치해 관리한다.

또한 지하 건축물 증가로 지하수 유출량이 점증하면서 도로 함몰현상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체계적인 지하수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시는 현행 지하수 영향조사에 대형 굴착공사가 포함되도록 관계법령을 개정토록 국토교통부 등에 건의할 예정이다.

한편 김형 삼성물산 부사장은 "서울시의 조사결과 발표내용을 존중한다"며 "우리회사가 관리하는 공사구간에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또 "무엇보다 시민안전을 위해 시와 협조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잇따른 동공 발견으로 당초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혐의를 벗은 제2롯데월드 건설공사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 조사결과에 따라 제2롯데월드 공사가 동공과는 상관이 없다는 점이 분명히 밝혀졌다"며 "조기 개장계획이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참고로 석촌 지하차도 등 송파구 일대 도로 함몰과 동공발생 원인에 대한 이번 조사는 서울시가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구성한 민간 조사위원회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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