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2014년 3월 17일 데뷔곡 발표, 데뷔 이틀 만에 음원 다운로드 차트 14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4~5개월이 지난 현재, 그룹이름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인물 정보’가 한참 아래에 뜬다. ‘파워 링크’, ‘이미지’, ‘사이트’는 물론 ‘쇼핑’ 보다도 하단에 위치한다. 방송 출연 경험도 없고, 무대 경험도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심지어 대한민국에 차고 넘치는 걸 그룹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망했다’

 
 

긍정의 에너지로 등장한 화사한 소녀들

지난 3월, 데뷔곡 ‘고백해줘요’를 발표하며 첫 선을 보인 ‘바니걸’(Bunny Girl)은 사랑, 현하, 송이, 혜진 등 4명으로 구성된 걸 그룹이다. 3월에 데뷔곡을 발표했지만 첫 공연 무대에 선 것은 6월이 되어서였다. 소속사 역시 신생 기획사. 이쯤 되면 멤버들 역시 불안감을 느낄만하다. 그러나 ‘첫 인터뷰’에 나선 바니걸은 그저 유쾌하기만 했다. ‘바니걸’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나서는 인터뷰도 즐거웠고, 3월 데뷔 후 지금까지 몇 차례 나서지 못한 무대에도 불만보다는 즐거움이 더 많았다. 그들은 너무도 해맑게 말한다.

“무대에 한 번도 못 서보고 끝난 친구들도 있는데요.”

‘힘들다’ 혹은 ‘망했다’라는 느낌은 일단 접어두어야 한다. 어두운 단어로 짧았던 지난 몇 개월을 설명하기에 이들은 너무 화사하고 마냥 즐거웠다.
대한민국 걸 그룹은 일반적으로 ‘잘 짜여 진 군무’와 ‘체계화 된 연습’, ‘확실하게 맞춰진 코드’를 갖고 있고, 또한 자신들만의 개성과 색깔을 분명하게 갖추고 있으며, 멤버들 간의 통일된 체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바니걸 역시 데뷔곡 콘셉트에 맞게 자신들의 색깔을 분명하게 갖추고 있다.
바니걸의 첫 싱글앨범에 수록된 데뷔곡 ‘고백해줘요’는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경쾌한 리듬의 댄스곡으로 소녀 같은 짝사랑의 귀여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곡이다. 최근 섹시코드가 강조되고 있는 걸 그룹의 흐름과 차별화가 되는 부분이며, 갓 데뷔하는 스무 살 무렵의 신인들이 소화하기에 부담이 적은 콘셉트이기도 하다.

색다른 순수함 … 천진난만한 스무 살

하지만 하고 싶은 음악과 좋아하는 음악을 묻자 대답이 갈린다. 솔직히 중구난방이다. 첫 인터뷰인만큼 각자에게 개별적으로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고는 예상을 하지 못했는지 ‘바니걸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서는 하나의 방향을 맞췄지만 각자가 원하는 음악 스타일은 서로 상이한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팀에서 랩을 맡고 있는 현하는 지금보다 파격적이고 강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말을 강조했다. 송이는 마야와 자우림의 김윤아를 언급했다. 귀엽고 상큼함을 강조하고 있는 바니걸과 전혀 다른 방향이다. 인터뷰에 나선 기자를 혼란에 빠트리는 대답을 내놓고도 이들은 여전히 해맑다.
멤버 중 막내인 혜진을 제외한 세 명이 95년생으로 이제 스무 살. 물론, 자신의 음악적인 주관을 확립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다. 다양성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은 오히려 스스로에 대해 ‘뮤지션’이라든가 ‘아티스트’ 개념을 차용하지 않는다. “노래를 못한다”며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말한다.
멤버들이 팀에서 가장 노래를 잘한다고 인정을 한 송이는 어려서부터 자기가 노래를 하고 재롱을 부리면 할머니가 즐거워하고 기뻐하시던 모습을 보고, 자신으로 인해 남들에게도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현하는 역시 어려서부터 랩을 하는 걸 좋아해서 자기가 좋아했던 꿈을 찾았다.
반면 사랑과 혜진은 연기를 먼저 시작해서 바니걸에 합류하게 된 케이스. 이들은 어린이 뮤지컬 ‘구름빵’에도 함께 출연한 경력이 있다. 이중 리더인 사랑의 프로필이 멤버들 중 가장 화려하다. 뮤지컬과 각종 CF, 그리고 영화와 TV프로그램 출연 경력도 있다. 리더인 만큼 회사에서 가장 밀어주는 멤버일까?

“아무래도 사장님이 아빠라서 저를 조금 편애하시는 거 같아요!” 자, 이 정도면 솔직함이 ‘바보스러움’에 가깝다.

 
 

오늘보다 내일을 바라보는 ‘육성형 아이돌’

‘바니걸’은 스스로도 말했듯이 데뷔곡인 ‘고백해줘요’에서 조금은 부족하고 어설픈 모습의 첫걸음을 내딛는 ‘초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작부터 완벽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걸그룹의 전형과는 다소 다른 형태다. 어쩌면 ‘성장’과 ‘육성’에 ‘아이돌’의 기본형을 맞추고 있는 J-POP 아이돌의 개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수도 있다.
인터뷰에 임하는 이들의 모습 역시도 스스로의 데뷔곡과 마찬가지인 ‘꾸밈없는 상태’의 연장선상에 있다. 가리고 가공하고 재배열된 모습은 아니다. 학교와 학원을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생계형 아이돌 ; 버전1’의 형태이며, 스스로의 표정도 연예인보다는 여전히 연습생 혹은 지망생과 같은 순수함을 갖고 있다.
지방 공연을 조금씩 늘려가며 무대 활동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바니걸은 오는 15일, ‘2014 독도사랑 음악회’ 무대에 설 예정이다. 가수라면 당연히 서게 되는 일상적인 무대 중 하나지만 이들은 여전히 설레고 분주하다. 대선배인 김장훈, 박상민 등과 한 무대에서 설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잘 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 그리고 방송인 클라라가 온다는 말에 “그래도 걸그룹인데 너무 저희가 안 예쁘면 어쩌죠”라고 걱정하는 모습은 자신감으로 중무장하는 최근의 걸그룹들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2014 독도사랑 음악회’는 이들에게도 하나의 전기가 될 전망이다. 바니걸은 첫 싱글앨범에 이어 다음 곡을 준비하면서 조금은 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데뷔곡을 통해 어리고 순수한 모습을 강조했다면 다음 앨범에서는 어느 정도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나타내고 있다. 본인들은 “유기농에서 소스를 첨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니걸’이라는 이름으로 성공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매일 툭탁거리고 싸우더라도 지금처럼 늘 똑같은 사이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은 치열한 연예계에 발을 디뎠지만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을 하고 기쁨을 찾는 법을 스스로 습득하고 있어, 아직 그려낼 것이 더 많은 가능성의 페이지에 다양한 그림들을 올려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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