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보험 상품에 대한 사후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규제를 피하려고 사전에 신고하는 보험상품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험개발원과 금융감독원 등의 심사 인력은 제한된데다 심사 기간이 짧아 `날림' 심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감원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올 초부터 3월 말까지 3개월간 약 600건의신고 상품이 금융당국에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3개월 만에 작년 전체(약 700건)의 86%에 해당하는 신고 건수가 몰린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보험상품에 대한 심사를 사실상 업계자율에 맡기고, 대신 사후 감독을 대폭 강화했다.

자율 상품의 경우 사후 감독에서 문제가 적발되면 보험사는 연간 수입 보험료의20% 내에서 과징금을 내야 한다. 관련 임원은 과태료를 부과받으며, 기관에 대한 징계도 이어진다.

금융당국에 사전에 신고하는 `신고 상품'도 법상 제재 수위는 자율 상품과 같다. 그러나 금감원의 사전 검열을 받았다는 면에서 변경 신고 등의 방법을 통해 실질적으로는 제재를 피할 수 있다.

금감원이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는 한 자신들이 사전 검증한 상품을 제재하긴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말만 자율 상품이지 실질 규제는 신고 상품보다 더 세다"며 "사후 제재를 안 받으려고 신고 상품으로 일종의 '엑소더스'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필수 신고 상품의 범위가 애매했기 때문에 일단 사후 감독을 피하기 위해 사전 신고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혼란해지자 금감원은 보험회사 관계자를 소집, 필수 신고 상품 범위 등을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보험국 관계자는 "사전 심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했지만, 유예 기간을 뒀어야 했다"며 "유예 기간없이 법을 시행하다 보니 심각한 시행착오를 겪는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고 상품의 경우 신고 후 15일이 지나면 신고된 것으로 간주된다.

또 이 기간 내 정당한 이유없이 심사를 하지 않은 금감원 직원은 자체 감사에서징계를 받게 된다. 따라서 신고 상품이 폭주할 경우 부실 심사 가능성은 커진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볼 때 보험상품에 대한 심사는 오히려 강화돼야 할 부분이 있었다"며 "(인력이 제한된) 보험개발원이 이 많은 신고 상품 보험료를 제대로 검증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금감원 계리실 관계자는 "신고 상품이 늘어난 것은 새 사업연도의 시작, 표준약관 변경 등 다른 요인도 있었다"며 "직원들이 야근하며 심사한 결과 현재는 수십 건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이고자 사전 심사를 줄이고 사후 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신고 상품도 법과 규정 등을 위반하게 되면 자율 상품 같은 제재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법에서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에 유예기간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며 "시행령이 만들어지는 기간에 업계가 준비할 시간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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