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이제 관심은 차기 하나은행장 선임과 함께 지주 사장 자리 유지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에 15년 만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최고령인 김승유(69) 회장이 물러난 자리에 김정태(60) 하나은행장이 내정되고, 차기 은행장에는 50대 초반의 인물이 거론되는 등 젊은 조직으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차기 회장 내정 이후 후속 인사를 위해 다음주 초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를 열고 곧 임기가 만료되는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의 후임 후보 추천 여부를 3월 7일 열리는 이사회 이전에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이현주 리테일영업그룹 총괄 부행장, 김병호 경영관리그룹총괄 부행장 등이 행장 후보로 물망에 오른 상태다.

이현주 부행장과 김병호 부행장은 모두 하나금융의 전신인 하나투자금융 출신으로 뉴욕지점장을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부행장은 61년생으로 명지고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한국투자금융 출신으로 시카고은행(First National Bank of Chicago)에 잠시 몸담았다가 91년 하나은행에 돌아왔다. 2009년 부행장으로 승진한 김병호 부행장은 인수ㆍ합병(M&A)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어, 하나-외환 '투뱅크' 체제에서 하나은행장으로서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현주 부행장은 59년생으로 경신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 부행장은 지주 경영관리본부장과 전략담당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하나은행 개인영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김 부행장은 2005년 하나금융지주 설립기획단 팀장, 상무와 부사장 등을 거친 뒤 2009년부터 경영관리그룹 부행장을 담당하고 있다. 이 부행장은 인품이 온화하고 조직에 따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둘 중에 누가 되더라도 서진원(62) 신한은행장, 이순우(63) 우리은행장, 민병덕(58) 국민은행장보다 젊은 50대 초반의 은행장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 사외이사는 “50대 행장이 전방에 서면 조직에 활기도 생기고, 새로운 분야도 개척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차기 행장과 사장은 김승유 회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경발위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새로운 회장인 김 내정자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발위도 신중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일 김정태 행장과 함께 임창섭(58) 부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면접에 응했다. 업계에서는 임 부회장이 차기 하나금융 사장으로 낙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장 후보로 오른 만큼 회장에 준하는 중책을 맡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 부회장은 마산 출신으로 마산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기업고객사업담당 부행장과 하나증권 대표, HFG IB증권 대표를 역임하고 2009년부터 하나금융 기업부문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하나금융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인 탓에 일명 ‘성골’로 분류된다. 52년생으로 서울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하나은행에 입사한 김 행장이 회장이 되고, 임 부회장이 사장에 임명되면 균형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사장직은 다만 공석으로 남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회장이나 행장직과 달리당장 채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조정남 경발위 위원장은 “차기 행장은 김 내정자와 일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김승유 회장과 김 내정자가 협의를 하고, 경발위는 그대로 통과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신한 및 우리금융의 경우 지주 사장을 두지 않고 있다. 지주 회장 휘하에 주요 계열사별로 최고경영자(CEO)가 있는 마당에 굳이 ‘옥상옥’을 둘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향후 후계구도를 복잡하게 만드는 위험성도 있다.

반면 하나금융의 경우 외환은행 인수 후 시너지 극대화가 과제인 만큼 지주 사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김 내정자와 신임 하나은행장을 중심으로 ‘하나금융 3.0’ 시대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 지도 관전 포인트다. 차기 회장은 외환은행과 원활한 통합을 통해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 것은 물론 선거철 불거질 론스타 사태에 대한 논란도 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김 내정자가 김승유 회장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만큼 여전히 김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 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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