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가 경기침체 장기화 및 디플레이션 유발’ 위험성 경고

[현대경제신문 장우진 기자] 국내 경제가 20년 넘게 일본 경제를 괴롭혀온 ‘엔高불황’처럼 ‘원高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와 저금리 현상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장기 저성장 대응’ 시리즈 열 번째로 ‘원高불황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억제하기 위해 너무 강한 원화절상을 용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최근 들어 ‘경상수지 흑자 확대→원화강세→수출 감소ㆍ수입 증가→경상수지 흑자 감소’로 이어지는 환율의 경상수지 조절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원화가 절상되더라도 경상수지 흑자가 줄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최근 원화강세 상황에서도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는 이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는 원화강세가 주춤한 상태지만 원/달러 환율이 한 때 1천원선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연간 800억 달러, GDP의 6%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연구소는 예상했다.

연구소는 이 같은 ‘원화강세’와 ‘경상수지 흑자’의 공존이 오히려 일본식 ‘엔고불황’처럼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곽영훈 연구위원은 “일본의 장기침체, 즉 ‘잃어버린 20년’은 엔고불황이 심화된 결과”라며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내수침체 때문에 소위 불황형 흑자가 누적되면서 이것이 원고압력을 증대시키고, 원화강세가 다시 내수침체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곽 연구위원은 원고불황의 사전 징후로 두 가지 현상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가 원高와 경상수지 흑자 공존 상황이 지속이다. 이에 경상수지 흑자만 보고 원화절상을 용인한다면 원고에 의한 내수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원/달러 환율과 KOSPI의 상관관계가 변화되는 상황이다. 일본에서 주가는 엔/달러 환율을 그대로 따라갔다. 엔고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환율이 주가는 물론 경기도 결정했던 것이다.

아직 국내 환율과 주가의 상관관계 및 인과관계는 일본과 정반대이다. 그러나 연구소는 원高가 지속돼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이러한 상관관계도 일본식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곽 연구위원은 “원화 환율이 과거 평균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인데도 경상수지 흑자폭이 큰 상태여서 원고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말 위험한 시나리오는 원고로 인해 수출마저 감소해 현재의 저성장 기조가 심화되고, 다시 저물가 상황까지 가세하게 되는 디플레이션 상태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도한 원화절상이 진행되지 않도록 허용범위 내에서 최대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필요가 있다”며 “금융기관의 해외진출 및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 등 외화를 해외로 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고불황의 중요한 고리 중 하나인 내수침체와 수입 감소로 인한 원화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내수 및 경기회복을 위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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