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금융기능을 분리한 이후 51년만에 농협이 경제와 금융 두 지주회사로 분리됨에 따라 금융업계에 지각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특히 자산규모 240조 원의 농협금융 등장에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개정 농협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1년여 만인 지난 2일 새로운 농협이 하나의 중앙회 아래 경제(농산물 판매・유통)와 금융(은행・보험) 두 개의 지주회사로 구성된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로 재편, 역사적인 출범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 경제 부문에서는 판매농협의 토대를 구축하고, 금융 부문에선 순수 국내자본의 토종 금융그룹으로 농협 고유의 사업을 특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경제지주는 기존 경제 관련 자회사 13개를 편입하고, 향후 5년간 신설될 자회사를 맡아 관리하면서 농산물 유통 체계 혁신을 주도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농협은 중앙회 보유 자본금 15조2천억원의 39.1%에 달하는 5조9천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금융지주는 자산 규모 240조원의 국내 5대 금융지주회사이자 순수 국내자본의 토종 금융그룹으로 새로이 금융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농협은 금융지주 산하에는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과 기존 금융 관련 자회사를 포함해 모두 7곳이 편재된다

. 농협은 오는 2020년까지 총자산 420조원, 순이익 3조8천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1.6%의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중앙회는 두 지주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중앙회와 자회사 간 동반성장을 견인하는 구심체 역할을 맡는다. 예산과 자금의 통합지원·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교육지원사업의 성과지표(KPI) 개발 등 교육지원 사업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도 중앙회의 몫이다.

한편, 농협은 이 같은 계획을 토대로 최근 신충식 금융지주 회장 겸 농협은행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 선임을 마쳤다.

농협금융지주의 출범으로 따라 국내 금융산업은 명실상부한 ‘6대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금융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퍼져 있는 지역농협의 위력을 고려할 시 농협은 기존 금융지주사들의 자리를 충분히 위협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역농협조합은 1천165개로, 영업점은 4천449개, 거래고객은 2천80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1・2금융권을 모두 합친 농협 전체 점포수는 5천621개, 관련 고객수는 4천700여만명에 이른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농협은 오는 2020년까지 금융부문을 총자산 420조원, 순이익 3조8천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1.6%의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키우겠다는 3단계 발전전략을 세움에 따라 금융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의 경우 그 긴장도가 높다. 올해는 중소형 보험사의 매각 움직임에 대기업의 보험업 진출까지 겹쳐 보험업계에 새 판이 짜일 개연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2일 NH생명보험과 NH손해보험이라는 이름을 달고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현재 전력만으로도 보험업계의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생보사들의 입장에선 NH생명은 매우 위협적이다. 그간 유사보험이라는 한계 때문에 다양한 상품 개발이나 판매를 하지 못했으나 이제 그 한계를 벗어나 기존의 인프라를 동원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경우 단번에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NH생명은 단위 조합의 방카슈랑스 규제를 5년간 유예받아 4천400여개 조합을 동원해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 보험 설계사 인력은 1천500명 수준이지만 최근 주요 생보사에서 영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농협보험의 지점도 기존 34개에서 3개가 신설됐고 올해까지 50개로 증가될 예정이다.
NH손보도 무시할 수 많은 없는 존재다. 비록 현재 그 규모가 크지 않아 그 자체가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릴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을 최근 매물로 나온 ERGO다음다이렉트나 그린손해보험를 인수할 겨우 3년내에 손보업계 순위권으로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종합검사를 강도 높게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주와 농협은행, 보험 등 각 분야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농협의 신경분리가 완료된 만큼 예전보다 강도 높은 검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금감원은 농협금융 출범에 맞춰 검사 계획을 구체적으로 잡아 놓은 상태다. 현재 검사 포인트를 세부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히 이번 종합검사에서는 농협금융의 경영 투명성여부를 철저히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이 신경분리가 된 만큼 중앙회와 금융회사 간 관계, 신용(금융)사업과 경제(농산물 유통)의 명확한 사업 구분이 이뤄졌는지도 자세히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금융위원회도 농협의 전산망 관리의 허점이 무엇인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행정 지도를 계획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농협이 신경분리를 하면서 정부 출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투명성 제고를 위한 관리 감독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국민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될 수 있도록 금융감독 당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