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했다. 이달만 355개사의 주총이 예약돼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닌 신(新)사업 추가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에 관(官) 출신 인사도 등용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1천777사 가운데 지난27일부터 2일까지 18개사가 주주총회를 열었으며, 이달 중 355곳이 개최를 앞두고 있다.

주총 안건을 살펴보면 16일 LG화학 주주총회에서는 ‘전구·램프 제조 및 매매’를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LG유플러스도 교육서비스와 평생교육시설 운영 등을 신사업에 추가한다.
지난 2일 개최된 이마트와 신세계 주총에선 각각 환전업과 학원업을 상정했으며, 한진(16일)은 화물자동차운송 가맹사업을 사업목적 명단에 올린다. 제일기획(19일)은 전기공과 정보통신공 사업을, 삼성테크윈(19일)은 에너지 진단 및 서비스업을, 대교(23일)와 모두투어네트워크(23일)는 각각 일반여행업과 전시 및 행사대행업을 주총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런 상장사들의 사업 다각화 노력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래 성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여 주가 부양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이번 주총에서는 전·현직 고위관료나 법조인, 학계 인사 등을 사외이사나 감사로 선임하는 작업도 대거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윤동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68)를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해 사외이사와 겸직토록 할 예정이다. 김한중 전 연세대학교 총장(65)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도 올린다.

현대글로비스는 이정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63)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석호영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과 이동훈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김대기 한국로지스틱스학회 상임이사를 사외이사로 모신다.
앞서 KT&G는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과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김인호(71)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기아차도 대검찰청 공안과장을 역임한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인 신건수(61)씨와 공정거래위원히 시장감시본부장을 지낸 김원준(57)씨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한편 이번 주총시즌 역시 소액주주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주총 일정이 한 날에 몰려있을 뿐더러 소액주주들이 힘을 결집하기 위해 주총 의결권을 위임하려 해도 이마저도 회사측의 방해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16일에는 포스코, 현대자동차, 삼성카드 등 33개의 주총이 몰려있다. 또 25일에는 GS글로벌, 웅진케미칼, NHN 등 33개사의 주총이 동시에 열린다.

주총이 한 날에 몰리게되면 여러 회사의 주식을 동시에 지닌 소액주주들은 주주권 행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소액주주들이 파편적으로 널려있는 주주권들을 한 곳에 모아 주총에서 힘을 발휘코자 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0년 전자투표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 전자투표시스템이란 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자투표시스템을 도입한 회사는 37곳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선 전자투표제도를 신청한 상장사는 단 한 곳도 없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전자투표시스템 도입을 꺼리는 이유는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적극적으로 참석할 때 결정되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만약 기업에서 전자투표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 비율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 때 나오는 주총 결과에 대해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기업들은 우리나라도 소액주주들이 성숙했고 기업에 해가 되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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