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 오은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대명사는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대신 나타내는 말 또는 그런 말들을 지칭하는 품사로, 지시대명사와 인칭대명사로 나뉜다.

이 시집은 총 두 개의 부로 나뉘는데, ‘1부 범람하는 명랑’에는 지시대명사, 2부 ‘무표정도 표정’에는 인칭대명사를 제목으로 한 시가 놓였다. ‘그곳’이라는 제목의 시 3편, ‘그것들’ 6편, ‘그것’ 16편, ‘이것’ 1편과 ‘그들’ 9편, ‘그’ 9편, ‘우리’ 9편, ‘너’ 4편, ‘나’ 1편이 담겨 있다.

이 시집을 보면, 독자의 시선도 시인의 시선을 따라 ‘그것’이 ‘있었던’ 자리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 아무것도 없을지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라고 시인은 말한다.

시선을 붙든 장면, 불시에 찾아든 감정, 무시로 젖어드는 상상이 빚어내는 분위기는 비록 오래 머물지 못하고 희미하게 사라질지 모르지만, “없음은 있었음을 끊임없이 두드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인의 시선이 채워나가는 이야기는 주로 상실하고 상처받은 이들의 “속사정”이다.

“여간해선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 그 사정 속으로 성큼 발걸음을 내디디는 일이 서의 시 쓰기인 것이다.

“웃음의 대명사”로 불리며 사람들의 입방아 속에 부서지고 마모되어 사라져버린 ‘그’, 혹은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목구멍이 붓고 있”는 ‘그’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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