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후 가치 평가↑
부풀리기 의혹에 당국 세부기준 마련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국내 5개 주요 손해보험사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새 회계기준 IFRS17(새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효과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손보업계 빅5의 1분기 순이익(IFRS17 적용)은 총 2조114억원으로 집계됐다.
옛 회계기준으로 산출된 지난해 1분기 순이익 합계(1조2,456억원)보다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5대 손보사 분기 순이익 합이 2조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화재는 6,127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지난해 1분기 순익보다 16.7% 늘었다. 메리츠화재는 4,047억원으로 24.5%, KB손해보험은 2,538억원으로 25.7% 순익이 증가했다. DB손보와 현대해상의 순익은 각각 4,060억원과 3,336억원으로 작년보다 16.0%, 3.5%씩 감소했다.
주요 손보사의 1분기 현재 계약서비스마진(CSM) 역시 작년 말보다 확대됐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 중인 보험 계약 미실현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지표다.
보험 계약 원가와 실제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인식했던 과거 회계제도와 달리 IFRS17에서는 보험 계약으로 창출될 미래 현금 흐름을 예측해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해야 한다. 특히 손보사들은 순이익 확대에 유리한 보장성보험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한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삼성화재는 12조 3,501억원으로 1,488억원 늘었다. DB손보가 약 12조 1,000억원으로 약 2,000억원, 현대해상이 8조 7,855억원으로 860억원, KB손보가 8조 1,900억원으로 2,450억원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이날 오후 콘퍼런스콜을 통해 공개한다.
문제는 보험사마다 서로 다른 계리적, 경제적 가정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또 사망률·위험률·손해율 등 변수 반영을 소수점 어디까지 잡냐에 따라 CMS 값이 크게 수천억원에서 1조원 단위까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부풀려진 이익이 향후 배당 등으로 유출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이달 실손보험 손해율,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등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세부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CSM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현장 혼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생보사보다 손보사들의 CSM 산출 결과에 따른 격차가 큰 만큼 당국도 현장점검을 통해 세부기준 마련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