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기업의 경쟁력은 부가가치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달라진다. 뛰어난 아이디어, 좋은 원자재, 유능한 기술자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바탕이 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자체가 기업의 부가가치는 아니다. 같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도 회사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의 부가가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수출로 버티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제가 이 부분에서 몇 년째 시원찮다는 보고가 나왔다. 낮은 부가가치구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최근 20여 년간 부가가치 창출능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그 결과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력이 횡보를 거듭하고 있는 형국이다. 성적으로 말하면 OECD 회원국 가운데 중하위권에 머문 지가 오래 전부터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1~2012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총투입액 중 부가가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2년 전체산업의 그것에 비해 36.0%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44.7%(지난 1995년)였던 것이 매년 낮아지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외환위기, 글로벌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하향곡선을 멈추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우리기업의 실력이 선명해 진다. 지난 2009년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이 53~56% 수준이고, 영국을 비롯해서 독일, 프랑스가 48~49% 정도이니까.

전문가들은 기업의 부가가치가 이 정도로는 국민소득 3만 달러시대도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하루 빨리 기술개발과 연구인력을 확충해서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무엇보다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점에서 우리경제구조의 변화에 주시할만한 변화가 있었다. 대기업의 해외매출이 700조에 이르렀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규모는 우리나라 전체기업의 매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이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45개 그룹 1451개 계열회사의 국내외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1445조6000억 원이고 이 가운데 693조6000억 원(48%)이 해외에서 올린 매출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국내매출은 752조원이고 지난해 보다 4.9%(39조원)가 줄어들었다. 해외에서의 매출은 2.2%(15조원)증가해서 694조원을 기록했다.

기업의 낮은 부가가치 지속화 현상은 우리경제의 활력소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런 가운데 대기업의 해외매출 증가는 분명 고무적인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의 균형발전이라는 추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은 미래의 불안을 예고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

이미 우리경제에 대한 미래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은 지 오래되었다. 뒤를 이어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노정되고 있는 즈음이다.

특히 잦은 시국사건과 얽히면서 우리경제의 방향이 모호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서민경제를 살펴보아야 할 당국이 딱히 없어 보인다.

내각의 가장 큰 일이 국정을 살피는 일이 아니라 누가 어떤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에 매여 있는 모양새다. 그래서 대통령이 각료를 지명하고 나면 이번엔 당장 야당이 달라붙어 온갖 의혹을 양산해 내고 있으니 서민들의 삶쯤이야 안중에 있겠는가.

게다가 규모가 큰 보궐선거가 버티고 있으니 경제가 심각하다는 말을  입 밖에 내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 자리싸움이 그들의 최대 현안인 셈이다.

그들은 정작 정치의 본령이 먹고사는 문제라는 걸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국민은 반드시 표로 심판을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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