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영 산업부 기자
이금영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계속되는 고금리·고물가에 슈링크플레이션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는 의미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기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되 제품의 크기나 중량을 줄이는 마케팅 전략이다.

가격경쟁력을 유지하지만 감량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혼란에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이 최근 주류업계에 등장했다. 오비맥주는 이번달 초부터 카스 묶음팩 중 375㎖ 번들 제품 용량을 5㎖ 줄여 370㎖로 출시했다. 6개입 기준 30㎖이 감소했다. 반면 가격은 기존 375㎖ 제품과 동일하다.

명백한 슈링크플레이션이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카스 묶음팩(370㎖*8캔)은 9900원이다. 편의점용으로 새롭게 출시된 제품(370㎖*6캔)은 1만900원이다.

또 지난해 오리온은 핫브레이크의 중량을 기존 50g에서 45g으로 낮췄고, 롯데웰푸드(전 롯데제과)는 카스타드 개수를 종전 12개에서 10개로 2개 줄였으며 꼬깔콘도 무게를 빼며 가격을 유지했다.

농심도 양파링과 오징어집의 중량을 낮추고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

덕분이 이들 업체는 가격 인상이라는 리스크를 피했고 소비자들의 별다른 저항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슈링크플레이션은 정공법, 정도 경영이 아니다.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들먹이며 가격 유지를 압박하는 정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감량을 택했을지 모르지만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다면 얄팍한 상술에 그치게 된다.

고객들에게 선제적으로 알리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원재료가 어떤 이유로 어느 정도 올랐고, 이로 인해 재무적 부담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란 점을 설명하면 된다.

제조원가 상승은 논리적이고 상식적인 소비자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유다.

식품·주류시장은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아니다. 수많은 제조·판매업체가 있고 정도를 지키는 곳도 많다. 시장을 떠나 이제는 숨기고 감추는 게 통하는 시대도 아니다.

예전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다.

불매운동과 소액주주연대가 지극히 자연스럽고 꾸준히 유지되는 세상이다.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상생, ESG경영을 부르짖는 기업들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을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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