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하우스/ 구병모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저자는 대표작 ‘파과’의 주인공 조각을 통해 한국 소설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60대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새로운 여성 서사를 써내려갔다.

사회의 최약자로서 차별받아온 ‘노인’이자 ‘여성’인 인물이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에 ‘킬러’라는 강렬한 이름으로 맞서 싸운 것이다.

이 책은 ‘조각’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킬러가 되었는지 그 시작을 그린 작품이다.

저 인간을 죽이기 전에는 여기를 살아서 나갈 수 없고, 마주한 사람을 제거하기 전에는 그 방에서 나오면 안되는 냉혹한 세계로 발을 들인 10대 소녀 조각은 “앞으로의 일을 하기 위해 그녀가 되어야 하는 몸, 이룩해야 하는 몸을 부단히 주입”시키며 “죽음의 과수원”을 가꾼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타인을 부숴버리는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삶도 산산조각 나기를 선택한 조각의 탄생기가 생생히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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