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현 금융부 기자
임대현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보험사들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변호사선임비 특약 담보액을 경쟁적으로 높이며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금융감독원이 과당경쟁 주의보를 발령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오는 17일부터 운전자보험 내 변호사선임비 특약 가입금액을 5,000만원 수준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DB손보가 자동차 사고 시 경찰 조사 단계부터 변호사선임비를 보장하는 특약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면서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이후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보 등도 관련 특약 가입금액을 확대하며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였다. KB손보의 경우 변호사선임비 특약 한도를 1억원까지 올리기도 했다.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은 약식기소나 불기소 단계는 물론 경찰조사(불송치) 단계에서 변호사 선임비용도 보장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구속 또는 검찰에 의해 공소 제기됐을 때 그리고 약식기소 후 재판이 진행될 때에만 보장했다.

이러한 보장범위 및 금액 확대에 업계의 우려가 적지 않다. 변호사 선임비를 많이 받기 위해 벌금형으로 끝낼 수 있는 사건을 정식 재판으로 넘어가도록 유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보험금을 담보로 일부 변호사와 담합하는 등 보험사기를 야기할 수 있어서다.

앞서 변호사선임비 특약뿐만 아니라 피해자부상치료비 특약과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 특약 등 운전자보험을 둘러싼 보험사들의 출혈 경쟁은 지속돼 왔다. 그때마다 당국이 진화에 나서고는 있지만 새로운 특약으로 경쟁이 다시 옮겨붙는데 그치고 있다.

물론 손해보험사들 입장에서 운전자보험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2020년 3월 시행된 '민식이법' 이후 운전자 처벌이 강화되면서 자동차 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이 커진 운전자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손보사들의 운전자보험 가입 건수는 2019년 358만여 건에서 552만여 건으로 급증했다.

보험사들의 자율경쟁은 새로운 담보 개발 및 보험료 조정 효과 등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지만 보장한도를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 및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

보험사들이 실적에 치중하기보다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미래에 닥칠 불확실한 피해로 인한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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