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금, 최소 5조 최대 7조 거론
운임지수 하락, 수익성 악화 전망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HMM 민영화 절차가 시작됐다. 현대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대주주 변경 후 8년 만이다. 정부에선 지난 2년간 글로벌 해운업황 개선에 따라 HMM의 기업가치가 크게 오른 지금이 매각의 적기라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올해 초부터 해운업 경기 바로미터인 운임지수가 급락하고 있어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업계 따르면 HMM 주요 주주인 산업은행(20.69%)과 해양진흥공사(19.96%)가 전날인 10일 매각 자문사와 첫 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 7일 산은과 해진공은 HMM 경영권 매각 관련 용역 수행기관으로 삼성증권과 삼일회계법인, 법무법인 광장을 선정했으며, 두 기관은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할 예정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회사 수익성이 개선되고 기업가치 또한 크게 오른 지금이 HMM 매각 적기로 보고 있다.

HMM은 현대상선이던 시절이던 2013년 채권은행과 자율협약을 체결했으나 이후로도 유동성 위기가 해소되지 않자 지난 2016년 산은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산은 관리 체제 아래서도 HMM은 한동안 만성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2020년 코로나 펜데믹과 함께 글로벌 물동량 폭증하고 운임지수가 급상승하자 수익성 크게 개선되며 경영 또한 안정화 됐다.

이와 관련 지난해 HMM은 매출 18조5827억원에 영업이익 9조9515억원을 기록했는데 사상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이 기간 부채비율도 72.6%에서 25.6%까지 내려갔다. 2019년 초 1조원에도 못 미치던 시총 규모 또한 10조원대로 늘며 10배가량 커졌다.

HMM 기업가치 상승 및 경영 정상화에 대해선 업계 이견이 없으나, 성공적 매각 여부에 대해선 우려가 적지 않다.

우선 HMM 예상 인수 비용이 경영권 포함 최소 5조원 가량이 될 것이라 점쳐지는 상황에서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2조6800억원 규모 영구채 처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 기관은 HMM 경영 정상화 지원을 위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고, 해당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 경우 두 기관 지분율 합은 72%에 달하게 되며 이를 전부 인수할 경우 매각대금 7조원대에 육박할 수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해운 경기가 하방향 하고 있다는 점 또한 HMM 민영화 걸림돌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HMM이 매출의 절반을 영업이익으로 남길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인 글로벌 운임지수가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내려가더니 최근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일각에선 운임지수 하락에 따라 HMM이 올 2분기부터 다시금 적자전환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HMM이 달성한 역대급 실적에 산은이 서둘러 매각에 나선 모양새”라며 “시도는 좋으나 가격 부담이 만만찮아 적당한 인수처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 말했다.

이어 “사실 지난 2년간 운임지수 폭등이 이례적인 상황이었고 올해부터가 이 회사 경영 정상화를 평가할 시기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나마 HMM의 현금성 자산 규모가 15조원에 달한다는 게 매각 절차 진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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