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에 대해 회의감을 나타내고 있어 그리스 디폴트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당초 15일(현지시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집행 여부가 20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재검토된다. 구제금 집행 대가로 약속한 조건들을 이행하는 데 그리스 정치권의 노력이 미흡했다는 유로존 장관들의 지적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 만기도래인 국채를 상환할 여력조차 없는 그리스로선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그리스 디폴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리스 디폴트로 인한 여파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2차 구제금 가능할까

미국 경제전문채널 CNBC 및 CNN머니 등에 따르면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3시간 30분 동안 전화회의를 한 뒤 “채무상한을 보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더 검토해야 한다”며 “20일 구제금에 대한 모든 결정을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검토 결과에 따라 구제금 집행은 당초 계획인 1천300억유로(약 190조원) 전액 혹은 일부만 이뤄질 수도 있다.

또 일부에선 구제금 집행 여부가 아예 정치권 교체가 일어나는 4월 총선까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앞서 그리스 정치권이 제시한 개혁안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데다 정권 교체 뒤에도 약속대로 조건을 이행하겠다는 법적 확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리스 정부의 지지부진한 개혁 이행으로 현재 160%에 이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당초 계획대로 오는 2020년까지 120%로 감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들 장관의 회의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독일이 아예 상환의지 여부 자체를 의심하며 그리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회원국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그리스는 독일 등 회원국의 비판을 자국의 유로존 이탈에 대한 압박으로 여기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차기 그리스 정부가 긴축조치를 이행할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앞서 독일 및 프랑스는 채권단을 안심시키기 위해 구제금 가운데 일부를 떼어내 이자 상환용으로만 인출하게끔 특별계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리스 디폴트 영향 미미하다(?)

이 가운데 그리스의 디폴트가 유로존에 신용경색을 야기할 것이란 전망은 허상일 뿐이란 주장이 나왔다. 그리스 디폴트의 여파가 미미해 유로존은 충분히 이겨낼 것이란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디폴트가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는 예측이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정책입안자 사이에서 점차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과 네덜란드, 핀란드는 유로존 내 최고 신용등급인 ‘트리플A’를 보유한 나라다.

유로존 한 고위 관계자는 “그리스 디폴트가 신용경색을 즉각 초래해 유로존을 망가뜨릴 확률은 10~20% 정도이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리스로 인해 유로존이 무너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미다.

일부 펀드매니저는 유로안정화기구(ESM) 규모에 대한 지적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 조치도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집행하기 전 유로존이 마지막으로 그리스를 압박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긴축재정 과연 도움 되나

한편 일각에서는 유로존이 제시한 그리스 긴축재정방안에 대한 효과에 대해 의문을 재기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115조원 구제금융 대가로 연금삭감·공무원감축 등 가혹한 긴축 정책 추진한 포르투갈의 예를 들며 “지나친 긴축재정은 오히려 해당국가에 경제위기를 악화 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디폴트 위기에 처했던 포르투갈도 긴축재정안을 집행키로 하고 유로존의 구제금융지원을 받았으나, 그동안 정부의 긴축정책에 잘 따라주던 포르투갈 국민도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지난 토요일 리스폰에서 ‘임금? 복지 삭감하지 말라’며 대규모 긴축재정 반대 시위를 열었다. 그리스와 달리 포르투갈 국민들은 폭력적인 시위를 일으키지 않고 그동안 정부의 긴축정책을 잘 따라와 줬지만 이제는 인내심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은 유로존로부터 지난 해 5월 780억유로(115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빚을 갚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광범위한 긴축조치들을 취해야만 했는데 현재 국민들의 반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구제금융 지원당시 국가 부채는 GDP의 107%정도였는데 전차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내년에는 118%에 달할 것으로 보여 구제금융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학자들은 사실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 같은 악순환은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의 어느 지역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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