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쟁당국 승인 속 한국만 심사 지연
韓 조선업 경쟁력 제고에 부담으로 작용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 해군에 인도한 신형 호위함 <사진=대우조선해양>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 해군에 인도한 신형 호위함 <사진=대우조선해양>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국내외 경쟁당국 심사가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정작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내에선 공정위가 심사 지연 사유로 밝힌 방위 산업 경쟁력 제도 차원에서도 심사 지연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31일 업계 따르면 ‘미니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해군의 최신형 호위함 개발사업 ‘울산급 배치3(BATCH-Ⅲ)’ 관련 마지막 후속 모델(5·6번함) 사업자 선정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한 상황에서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위 최종 승인이 지연되며, 해당 사업권이 별다른 경쟁 없이 특정 기업에 돌아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해군은 3500t급 최신형 호위함 6척을 도입, 노후화된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하는 울산급 배치3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해당 사업은 현재까지 총 4척에 대한 건조 계약이 마무리된 상태로 선도함인 1번함은 현대중공업이 수주해 내년 정식 인도를 앞두고 있고, 2·3·4번함은 SK오션플랜트(구 삼강엠앤티)가 수주에 성공했다.

울산급 배치3 사업에 잡음이 발생한 건 2·3·4번함 수주를 두고 저가 수주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업계에선 원자재가 인상 등을 고려할 때 저가 수주 논란이 제기된 군함의 납기 지연 전망 우려까지 나온다. 

이에 업계에선 해군에서도 울산급 배치3 사업의 마지막 함선 수주는 가격보단 기술력을 우선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번 수주전이 HD현대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간 2파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런데 최근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지연되며 수주 경쟁 자체가 사라질 상황에 놓였고 이에 일방적 수주전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가 몽니를 부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는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두고 방산 기업간 수직계열화가 진행될 경우 국내 방산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빠른 심사를 미루고 있는데 이 같은 주장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간 기업결합 시도 당시 공정위는 방산기업간 결합에 대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는데 유독 이번에만 이 문제를 걸고 넘어지고 있다”며 “울산급 배치3 사업 사례처럼 기업결합 심사 지연은 국내 방위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은커녕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조선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공정위의 빠른 심사 진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하며 한국 포함 주요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는데 현재 EU와 우리 공정위를 제외한 주요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 결정을 얻었다. 내달 중 나올 예정인 EU 심사 또한 승인 결정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내 업체 성장을 도와야 할 공정위가 정작 기업결함 심사를 지연, 오히려 산업 발전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경쟁당국이 한화 대우조선해양 두 기업간 결합을 승인한 상황에서 우리 공정위가 심사를 지연하는 건 국내 조선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회생기로에 놓인 대우조선을 생각해서라도 빠른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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