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불법유통 시장, 전체 웹툰 시장 잠식
누누티비, 피해 규모 약 5조원 추산

누누티비 메인 화면 <사진=연합뉴스>
누누티비 메인 화면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하지현 기자] 웹툰을 비롯해 웹소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불법 유통 시장에 국내 콘텐츠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업계들이 자구책 마련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불법 사이트가 주로 외국에 근거해 단속이 쉽지 않고 처벌 수준도 낮아 불법 복제 방지 기술 도입, 별도 조직 가동, 소송 등 직접 대응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2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난해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추정 웹툰 불법유통 시장 규모는 8427억원이다. 2020년 5488억원 대비 53%가량 늘어난 수치다. 2021년 웹툰 시장 규모가 1조 5660억원으로 추정된단 점을 고려하면, 불법유통 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 규모의 절반에 달할 정도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글로벌 웹툰 불법 유통 대응 TF인 ‘피콕(P.Cok)’의 성과를 공개했다. 피콕은 카카오엔터가 불법 콘텐츠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플랫폼 업계 최초로 만든 자체 단속 조직이다.

카카오엔터에 따르면 피콕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불법 유통물 1만5607건을 직접 신고해 차단했다. 콘텐츠를 불법 유통해온 텔레그램 그룹 206개를 폐쇄했고 13개의 대형 불법 번역 그룹의 활동을 중단시켰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초 글로벌 웹툰 불법유통 근절을 위한 사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해 최초 불법 유출자를 식별·차단하는 ‘툰레이더’ 기술도 도입했다. 최초 불법 유출자를 지속해서 차단하면 정식 플랫폼에 올라온 최신 유료 회차가 불법 공유 사이트에 올라가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 앞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 웹소설 불법유통 사이트 올해 8월 ‘북토끼’ 운영진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한 바 있디.

영상 업계에선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누누티비는 도미니카 공화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불법 사이트로, 방송국과 OTT 등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지 않은 유료 영상들 스트리밍 제공해왔다. 지난달 기준 누누티비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1000만명 이상으로 피해금액만 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방통위는 인터넷주소(URL) 차단에 나섰지만 그간 누누티비는 도메인에 숫자를 새롭게 추가하며 수사망을 피해나갔다. 이에 MBC, KBS, CJ ENM, JTBC와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의회, 콘텐츠 제작사인 SLL과 콘텐츠웨이브, 티빙, 그리고 불법복제 대응조직이 힘을 합쳐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발족했다.

협의체는 이달 초 누누티비를 상대로 형사 고소장을 제출하며 민관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안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협의체의 형사고소와 국회의 입법 움직임까지 포착되자 누누티비는 결국 한국 OTT에 한정해 삭제 조치를 결정했다.

다만, 이같은 조치에도 업계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경찰 수사에도 누누티비가 접속 주소를 우회하며 운영을 계속하는 데다 유사한 불법 콘텐츠 사이트가 계속 생기고 있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며 “K-콘텐츠의 약진과 함께 불법 유통 시장 또한 커지고 있다”며 “불법 콘텐츠 유통은 수익성 악화는 물론, 산업 생태계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고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활발한 상황이라 예민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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