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대표 내정자 자진 사퇴
후임 선정까지 상당 시일 걸릴 듯

지난 23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윤경림 KT 대표 내정자 <사진=KT>
지난 23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윤경림 KT 대표 내정자 <사진=KT>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가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구현모 대표의 후보직 사퇴 후 두 번째 나온 자진 낙마 사례다. 업계에선 정치권의 인사 개입 외풍 앞에 결국 KT가 버티지 못했다는 의견과 함께, KT 차기 대표 선정이 더욱 혼탁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3일 윤경림 내정자가 주주총회 개최 일주일을 앞두고 돌연 사퇴했다. 지난 7일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 후보로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역인 중인 윤 내정자를 최종 선정했으며, 오는 31일 열리는 주총에서 윤 내정자에 대한 선임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날 윤 내정자는 회사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보직을 버티면 회사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퇴 내막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KT에서도 “사의 표명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며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KT 사장 인선을 둘러싼 외풍이 생각보다 거세다 보니 윤 내정자 또한 이 같은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KT는 내부 출신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추진했으나 정치권 중심으로 ‘셀프 연임’이란 지적이 쏟아지자 차기 대표 후보 공개 모집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배임 혐의에 대한 구현모 대표 검찰 조사설이 불거졌고, 결국 구 대표는 자진해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구 대표 연임 포기 후로는 대선 캠프 출신 정치권 인사의 KT 대표 내정설이 불거졌으며 실제 해당 후보가 KT 차기 후보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KT 이사회는 대표 최종 후보로 구 대표와 마찬가지로 내부 출신 윤경림 내정자를 선정했고, 직후 여당 내에서 윤 내정자에 대한 반대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KT를 향해 ‘그들만의 리그’ ‘말 귀를 못 알아 먹는다’ ‘국민연금이 윤 내정자 선임에 반대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윤 내정자 사퇴로 KT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더욱 혼탁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반발을 넘어 또다시 내부 출신을 선택하기도 부담스럽고, 외부인사도 선택하는 것 역시 내부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KT 새노조는 24일 논평을 내고 “분명한 것은 이로써(윤 내정자 사퇴로) 회사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며 “윤경림 자신이 후보를 수락한 게 무책임했던 동시에 이제와서 사퇴하는 것은 비겁하다. 회사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 업계 관계자는 “윤경림 내정자로서는 만일 주총을 통과하게 되더라도 임기를 온전히 마칠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이 컸을 것”이라며 “회사로서도 임기가 불안한 대표가 취임하게 된다면 대규모 투자 집행 등에 문제가 컸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평가했다.

이어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사 영입이 해법처럼 보이지만 현재로선 정치권 의중이 우선돼야 하는 분위기”라며 “KT의 진정한 민영화가 더욱 요원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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