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억 전액 손실 금감원에 민원 제기
투자 책임 공방 메리츠-롯데 갈등 고조
코로나와 미국 에너지 정책 변화에 타격

[현대경제신문 최윤석 기자] 1억6000만 달러 규모의 손실을 낳은 미국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관련 펀드를 두고 메리츠증권과 롯데손해보험 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질 양상을 보이고 있다.

650억 전액손실 롯데손해보험의 민원제기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6일 메리츠증권이 미국 텍사스주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관련 메자닌 대출 펀드를 조성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위법 여부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2018년 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함께 미국 텍사스주 소재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운영자금 조달 및 선순위 대출 이자를 상환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메자닌 펀드를 조성했고 롯데손보는 2019년 2월 약 65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손보 외에도 KDB생명, 교직원공제회, 교원라이프, 교원인베스트먼트, 한국거래소 등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펀드 출자자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미국 텍사스 프론테라(Frontera)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지난 2014년 글로벌 운용사 블랙스톤이 2014년 인수한 뒤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를 멕시코에 팔아 안정적이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선순위 조달 규모는 총 8000억원가량이었다.

하지만 2020년 미국 블랙스톤운용 등 해당 펀드와 관련된 기업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2020년 10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블랙스톤의 선순위 대출이 투자금액을 갚을 권한이 말소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우려를 고지했고 같은해 12월 실제로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하면서 해당 펀드는 2021년 8월 기업회생절차를 종료했다.

블랙스톤은 8년 만기의 펀드를 꾸려 프론테라에 투자했으나 만기 전 자본재구조화를 통해 지분 투자금 전액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멕시코 전력 수요가 급감하며 발전 사업이 불황을 겪으며 일찌감치 발을 뺀 것이다.

롯데손해보험은 펀드 투자 2년6개월만에 투자금 650억원 전액 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손해보험은 “메리츠증권은 내부적으로 이 투자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안정적인 투자인 것처럼 투자자들을 기만했다”며 “투자자들에게 담보구조의 취약성, 발전소 현금흐름의 심각한 변동성 등 특수한 위험성에 대해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 후폭풍...2015년부터 금융권은 투자진행 

미국의 화력 발전소 <사진=픽사베이>
미국의 화력 발전소 <사진=픽사베이>

롯데손해보험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메리츠증권은 롯데손보와 현지 실사 및 미팅을 함께 진행했는데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건 억지라고 반박에 나섰다. 특히 이미 해외 화력발전소 관련 투자를 수차례 진행한 기관투자자가 딜의 변동성이나 구조를 모르고 투자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담보와 관련된 내용은 법률 실사보고서 등에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어 투자자 모두 해당 내용을 알고 투자에 참여했다"며 "해당 딜(Deal)은 코로나19 천재지변으로 전력수요 및 가동률이 급감하고 전력가격 또한 낮아지며 선순위 투자자도 약 94%가량 손실을 낸 거래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펀드에 투자를 진행한 KDB생명도 3000만 달러(약 330억원) 규모를 투자했으나 투자한 금액을 손실처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펀드에 문제 소지가 있었다면 투자에 참여한 기관들이 공동으로 대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투자사였던 KDB생명과 교직원공제회는 판매·운용사에 대한 소송이나 민원 제기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펀드 손실은 미국의 정권 교체로 인한 에너지 정책 변화의 후폭풍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씽크탱크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는 지난 2020년 12월 발행한 'PJM 가스화력 프로젝트의 위험성 증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가스발전 사업에 투자 중인 한국과 일본 금융기관에 경고를 보냈다.

보고서에선 특히 몇 년 사이 급속도로 투자를 늘린 한국이 더 큰 위험에 처했다고 평가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국의 에너지 정책에서 재생에너지의 지원 확대와 친환경 기후정책의 반영으로 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가스발전은 비전이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이전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미국의의 화석에너지 생산・공급 역량 강화와 에너지자원 개발・이용 확대의 장애요인 해소(규제완화・폐지 등) 추진 등의 방향에서 재생에너지 보조 확대 등으로 정책 전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앞서 국내 금융권은 2015년부터 미국 가스 발전시장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2015년 말부터 국내 주요 금융사는 미국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담보로 한 선순위 대출에 투자를 해왔다. 당시 담보대출비율(LTV)은 60~70% 수준으로 발전소만 잘 고른다면 터빈만 매각해도 상환이 가능할 정도로 투자위험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 KB국민은행의 주도로 KB생명보험, 신협중앙회, 롯데손해보험, 미래에셋생명 등 다수의 기관이 스타우드에너지그룹의 미국 펜실베니아 790㎿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마커스훅 에너지센터'(Marcus Hook Energy Center) 인수에 2400억 규모 투자에 참여 한 바 있다.

2017년엔 IBK기업은행, 농협중앙회 등의 뉴욕 '크리켓밸리'(Cricket Valley) 가스발전소 개발사업 투자에 후순위 대출과 에쿼티에 각각 2340억원, 2413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상품에 대한 설명의 부족했다는 주장과 시장 변화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손실이라는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금감원은 현재 롯데손해보험과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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